1.
봄꽃 툭툭 떨어진 자리에
붉은 장미가 피었습니다.
학교에만 오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그의 사연을 물어보고
그가 말해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가
'일하고 사랑하고 꿈꾸는' 사람으로
저녁의 식탁과 아침의 날씨와 오후의 음악을
마음껏 누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붉게 부풀어 오른 장미 봉오리처럼 기도합니다.
2.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오늘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쪽 손으로 문제집 귀퉁이를 살짝 들고서
책장을 넘기지는 못하고
아이는 다 푼 문제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만큼은 꼭 기억하려는 것처럼
다시는 틀리지 않겠다는 것처럼
내가 어떻게든 너를 이해하고 말겠다는 것처럼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복도에서
아이는 어깨가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몸을 기대며 속삭이듯 말합니다.
“저, 고등학교 갈 수 있을까요?”
노력과 기대,
불안과 조바심과 두려움이 모두 담긴
아이의 분홍빛 얼굴을 바라보며
“그럼, 갈 수 있지. 당연하지” 하고 말합니다.
우리는 저녁이 가까워지는 복도에서
1학기 기말고사 전에 함께 공부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아주 작은 아이의 미소를 기억합니다.
낡은 수학 문제집을 꾹꾹 눌러 펼치고
하얀 연습장을 손으로 깨끗이 닦아내고
날카롭게 깎은 연필을 잡습니다.
우리는 어둠을 지나 가장 밝은 빛 가까이로 함께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