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사람

by 김철원

1.

새로 산 책의 마지막을 펼쳐 역자 후기를 먼저 읽었다. '한국 문학 번역원에서 김순희 선생님께 문학 번역을 배웠다. 당시 선생님과 제자들은 번역 세미나에서.....' 그리고 불과 열 줄 밑에 '조금은 유치하지만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후 한 번도 꿈에 나와주시질 않아 서러웠는데, 책을 필사하는 내내 선생님을 떠올렸다.'는 문장이 있었다. 나는 책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 운동장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아, 돌아가셨구나. 처음 들어본, 알지도 못하는 어떤 선생님의 삶에 대해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렇게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번역가는 '거창한 의미를 담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전하려는 마음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썼다. 존경하는 스승 이상이었을 선생님을 떠나보내고 역자는 담담하지만 씩씩하게 책의 마음에 대해 썼다. '돌아가신 후 한 번도 꿈에 나와 주시지 않아 서러웠던 마음'과 '필사하는 내내 떠올랐던 스승'에 대해. 나는 그 마음에 오래 슬펐다.


2.

오늘따라 교장실 창문 밖 구름이 예쁘다. 하얗고 가벼운 비누 거품 같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다. 테이블 위 햇살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 저녁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은 고요하지만 여기에도 언제나 삶은 있다.

살아가면서 반복되는 결과가 예상될 때, 그 결과가 과정의 모든 아름다움을 금방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처럼 삼켜버릴 것 같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한다. 모호하고 불안하며 슬프고 괴롭고 복잡하고 불가해한 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3.

나는 위로가 되는 시를 추천해 달라는 아이에게 줄 시집을 기다리고 있다. 두 달째 무기력한 아이를 데리고 가볼 만한 곳을 생각하고 있다.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한 것들을 아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오늘은 1학년 1반에 가서 이야기해야 한다. 겨울부터는 학교에 학생들이 더 많이 오게 하기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방법을 찾고 프로세스를 계획하고 협의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을의 학부모님들을 만나 학교가 하려고 하는 일들을 설명하고 그들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듣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듣고 있다. "시골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까?" 초등학교 아이를 둔 어떤 어머님의 말씀이 잊히질 않는다. 한 아이의 배움과 성장과 인생에 대해 부모님들과 나는 언제나 가장 옳고 가치 있고 행복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믿으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4.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 오랫동안 해왔던 일을 여전히 하고 있다. 이 일이 나를 예전처럼 또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도 어떤 뜻이 있을 거라고, 여기에도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5.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 책 띠지 앞에는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있고 뒤에는 바코드와 역자의 이름이 있다. '김순희·안민희 옮김'. 스승과 제자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비 온 뒤 4월 아침, 나는 이 책의 어떤 문장 앞에서 오래 상념에 잠긴다. 마음에 슬픔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에 품었을 때 우리가 손에 쥐는 것은 슬픔의 씨앗이다. 그 씨앗은 매일같이 애정이라는 물을 먹고 자라다 이윽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슬픔의 꽃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 그 꽃을 촉촉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흐르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슬픔의 꽃 한 송이를 키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 <슬픈 꽃>, 와카마쓰 에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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