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by 김철원

1.

아이들과 올해 첫 글쓰기 수업을 했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떨렸다. 교재와 노트, 연필과 수업계획서를 나누어주는 동안 내내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내 이야길 잘 들어주었고 응답해 주었다.

아이들은 아빠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자 아빠는 그냥 아빠라고 답하거나 이 수업이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자 그냥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죽으면 누가 내 무덤에 와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의 첫 문장에 나의 소중한 친구 00이라고 적고 싶다거나 전학 간 친구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거나 수업이 종강하면 단편 소설을 완성하고 싶다거나 솔직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냥 아빠', '그냥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마음에서 '나의 소중한 친구', '단편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것이 여름과 가을, 겨울까지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할 일이다. 한 인간이 동시에 지닌 이 두 가지 마음 중에서 계속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찾고 그것을 언어로 정확하게 실어 나르려는 마음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2.

수업 중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옛 제자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멀리 있는 아득한 미래보다 매일매일 하루하루의 귀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의 만남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와 오늘 하루를 하나의 문장으로 기록해 보자는 이야기 중이었다.

교실 끝에 앉은 아이가 내 이야기에 집중하며 나를 계속 바라보다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아이에게 눈물이 나는 이유에 대해 말해 줄 수 있겠냐고 정중히 물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아이에게는 죽음과 관련된 어떤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아이였다.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선생님들이 말한 아이였다. 아이는 어떻게 내 말을 이해했을까? 깊은 마음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 아이에게 전해졌을까? 나는 오래오래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3.

수업이 끝나고 짐을 챙겨 나는 아이가 앉은 복도 쪽 교실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는 천천히 정중히 두 손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아이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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