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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원 Jan 11. 2023

운동화에 얼룩이 묻은 지
모른 채 살았다.

1. 

  운동화에 얼룩이 묻은 지 모른 채 살았다. 마음이 무겁고 분주했던 것은 지나간 일과 사람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움켜쥔 것들을 조금은 놓아버릴 있는 마음을 기다리고 있다. 포기하고 체념하는 마음도 필요할 때가 있다. 거기에 사랑의 어떤 모습도 있는 거라고 혼자 생각한다. 잘 간직하는 것 못지않게 잘 떠나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지금이 무엇을 해야 하는 시간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 그 생각을 오래 하게 된다. 지금은 나아가야 할 때인가 물러나야 할 때인가 멈춰야 할 때인가?


2. 

  아이들이 보내주는 편지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교장실 문에 엽서를 붙여 놓고 간 중2 아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항상 마주칠 때마다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주시는 교장선생님께서 제 이름도 알고 계시고 불러주셔서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종종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들 앞에서 말씀하실 때 전하는 말씀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와닿게 해요. 뭔가 깨닫게 되기도 하고 공감될 때가 있어요. 학생들을 헤아려 주시고 이해도 해주시고요. 학생들 한 명 한 명 바라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의 편지에서 중요한 마음은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주는',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마음에 와닿는 말', '한 명 한 명 바라봐주고 헤아려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다. 


  받아주는 것, 있는 그대로의 너를 아무 비판도 평가도 없이, 지금 너의 모습 그대로 따뜻하게 환대하는 것. 학교는 가르치기 이전에 따뜻해야 한다. 


  아이의 엽서를 책장 앞에 붙여 놓고 아주 작은 마음을 내어본다. 


3. 

  다음 주에는 중,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졸업식이 있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울지 않고 웃으면서 아이들을 보내주고 싶다. 과거보다 미래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그러러면 기운을 내야 한다. 내가 사랑과 아름다움과 희망 속에 있어야 사랑과 아름다움과 희망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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