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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Here

by 지개인

책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말을 건냅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고,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겠지요.


독서라는 행위가 단지 심오한 철학과 깨달음을 얻는 과정일 뿐이라면 얼마나 따분하고 싫증이 날까요.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어린 시절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몽땅 꺼내 미로를 만들고, 성을 쌓았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질문을 던지는 대신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독자에게 책이 '오락'이 되도록 말이지요.


제목에서 부터 시작한 놀이는 끝까지 이어지고, 독자로 하여금 그 놀이에 흠뻑 빠져들게 합니다.

독자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조절하여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지요.


again.
gently.
quick.
a little bit.
a little bit harder.
a little more.
one more time.
really hard.
a little.
a little bit too hard.
once. twice. three times. more.
too loud.


'press, rub, tap, shake, tilt, clap'이라는 '동사'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도록 적절한 '부사'를 만납니다.

'동사'만 있었다면 딱딱하고 지루할 뻔 했던 장면들이 '다시, 부드럽게, 빨리, 세게, 조금 더 세게, 더 많이'라는 갖가지 양념을 만나 기운이 생기고 활기가 넘치게 되죠.

이 화합과 조화는 '생동하는 동그라미'를 만들냅니다. 독자와 함께 노는 바로 그 동그라미들을 말이죠.

하나의 '노란 동그라미'에서 시작해 색과 갯수, 크기가 점점 다양해지는 동그라미들의 향연을 보며 독자는 흡사 그들의 축제에 초대받은 느낌마저 듭니다.


한 장씩 넘길 때 마다 나타나는 칭찬 또한 독자 스스로를 움직이게 합니다. 읽기는 수동의 형태일 때 지루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진부한 문구를 차치하고라도 칭찬에는 누군가를 능동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흥겨운 책읽기는 능동형일 때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요.


책이 시키는대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여형 책을 민망해하는 어른이라면 슬그머니 미소를 짓기도 할테고, 어린 독자라면 박장대소를 하며 '한 번 더'를 외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말 맛을 살려주는 '부사', '동그라미'의 향연, 독자의 움직임, 이 세 박자가 잘 어우러져 리듬감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분명 독자는 책읽기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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