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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그림책

The cow who climbed a tree

by 지개인

여기 '소'를 주인공으로 삼은 그림책 한 권이 있습니다.

왜 하필 '소'일까요?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좀더 친숙한 동물은 없었던 걸까요?

제가 저저라면, 소의 큰 눈을 응시했을 것입니다.

다른 동물들보다 아주 큰 눈을 가졌지요.

그 큰 눈에 가득 담기는 세상과, 그 세상 너머를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생각한다면 더욱 소가 어울리는 듯 합니다.

커다란 눈은 어쩌면 다른 동물들은 볼 수 없는 신기한 세상을 보지 않을까요.

그 크기만큼 호기심이 커지고, 그 넓이만큼 모험으로 가득하다면 '소'는 작가의 탁월한 선택이 될테지요.


주인공인 Tina는 늘 호기심어린 눈으로 세상을 탐구합니다. 자연스레 알고싶고 탐구하고 싶은 세상도 넓어졌죠.

늘 엉뚱한 상상을 하고, 모험심으로 가득한 Tina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발로 찾아나섭니다. 그러다 나무꼭대기에서 조금은 독특한 드래곤을 발견하고 친구가 됩니다. 친절하고 채식주의자인 드래곤이였죠. 드래곤을 친구로 삼은 Tina는 그 설레임을 언니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하지만 언니들은 드래곤을 믿지 않죠. 늘 일상의 안락함을 유지해온 그들에게 드래곤이란 존재는 그동안의 친숙했던 세상에 파고든 난데없고 불편한 것이였을테지요.


다음날, Tina는 드래곤과 하늘을 날기위해 집을 나섭니다. 언니들에게 메모를 남기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드래곤이랑 하늘을 날러 갈거야.'라는 메모에는 자신이 보고 경함한 것에 대한 Tina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메모를 본 언니들은 Tina의 무모한 행동을 더이상 봐줄 수 없었나 봅니다. 당장 동생을 데리러 숲으로 떠나지요.

숲에는 그동안 Tina에게서 전해들은 신기한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껏 Tina가 숱하게 이야기한 신기하고 멋진 세상이었죠. 한발 내디디면 만날 수 있는 경이로운 세상이 Tina와 언니들을 한껏 반겨주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야 동생의 엉뚱함이 단지 뚱딴지 같은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Tina는 친구들과 함께, (당연히 드래곤도 있습니다.)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나무꼭대기에서 올려다 본 곳에는 낙하산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 있는 Tina가 있었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Tina와 눈이 마주친 언니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Yes, why not?이라구요.

지금까지 한번도 Tina에게 말하지 않은 말이었지요. 그리고 함께 낙하산에 묶여 하늘을 날고, 밤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Why not이 Tina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고, 언니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안심이 되는 순간이였을 테지요.

더이상 혼자만의 호기심이 아님을 느끼며, 언니들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더 자유로이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겠지요.

드디어 Tina는 언니들과 함께 상상했던 모험을 시작합니다.


일상의 안락함을 유지하고 싶었던 언니들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깥 세상을 탐구하려는 Tina의 대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던 책이었습니다.


모험이란 말에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동시에 들어있습니다. 내가 일상을 꾸리는 동네를 벗어나는 것은 외적인 것일 테고, 지금껏 살아온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재정립하는 것은 내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저는 내적인 모험을 하고 있습니다. 겁많고 예민한 스스로를 알아차렸고, 본 모습을 인정하며 그것 또한 괜찮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알아채니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습니다. 내 결정이, 내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서기 시작했습니다. 저에 대한 효능감은 머뭇거리지 않는 추진력을 심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저 자신에 대한 모험과 탐구는 저를 내적으로 성장시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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