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지나갈 때

by sally


바람이 차다


출근길 햇빛은 찬란하게 대지 위에 쏟아진다


메마른 나뭇잎들이 작은 회오리바람을 따라 지면을 쓸며 서로 엉켜 휘돌아간다


붉은 단풍잎

노란 은행잎

주홍 벚나무잎

그리고

이름 모를 나뭇잎



마음에 들어온 바람이 차다


휑한 마음이 메마른 낙엽처럼 지면을 쓸더니 허무한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이별이 지나간다


존재했던 것이 대지 위에 부재한다


망상처럼 자꾸 헛것을 잡으려 한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것의 집착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난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라도 신의 고유한 영역을 내가 붙들 수 있으니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쪽빛 물을 담은 물동이에서 그리운 것들이 소나기처럼 내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이제 이 땅에선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