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온통 먹구름을 머금은 하늘은, 성난 표정으로 날 향해 있었어.
퇴근 시간 도심지 전철 역사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그들은 내 어깨를 둔탁하게 치며 지나갔어. 나는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입구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어. 축축하게 젖은 대기 안에서 그들의 쉴 새 없는 움직임은 가느다란 내 숨소리조차 작고 밀폐된 공간으로 자꾸만 밀어 넣었어. 숨을 쉴 수가 없었어.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어. 갑자기 무서워졌어. 아픈 귀가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어.
순간 고아처럼 난, 갈 길을 잃었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겨우 눈을 떠보니 저만치 계단이 보였어. 사다리를 타듯 아슬하게 한 걸음씩 올라가니 먹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진 거리가 보였어.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 하늘이 먹구름을 열기 시작했고 거센 폭우가 사람들 위로 쏟아져 내렸어. 회색빛 도시에서 웅성거렸던 그들의 옷은 흠뻑 젖은 채로 우왕좌왕 움직였고 난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어.
너가 그랬잖아. 눈물은 영혼이 아플 때마다 마음속 깊은 샘물에 한 방울씩 담아둔 거라고. 슬픔이 손짓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어 쓰는 거라고. 근데 이건 작은 이슬방울 같은 것이 아니잖아. 그동안 내 눈물은 소식도 없이 작은 샘 안이 아니라 온통 먹구름 속에 잠겨 있었던 거야. 슬픔이 하늘에 가 닿았을 때, 눈물은 폭우처럼 내 머리 위로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 거야. 애잔한 삶이 날 비껴가길 바랐지만 작은 내 가슴에 가둬둔 슬픔은 부메랑이 되어 시린 내 눈물로 폭우가 되어 다시 돌아왔어.
어느새 눈물은 내 머리를 가득 적시며 얼굴로 흘러내리다 거리를 따라 거칠게 흘러갔어. 나는 질퍽거리는 땅을 짚고 겨우 일어났어. 하이힐 한쪽이 저만치 빗물에 쓸려 잡을 수도 없이 멀어져 갔어. 망연자실하게 나머지 한쪽 구두를 손에 들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어.
짙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틈을 타고 나뭇가지 위에 앉은 햇살은 어느새 젖은 아스팔트 위를 바삭하게 말리고 있었어.
길을 걷다 시선이 그곳에 닿는 순간, 난 갑자기 마론 인형이 되어버린 거야.
내 안에 쌓였던 여린 슬픔조차 마론 인형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더랬어. 홀로 남아 어둠 속에서 슬퍼했는데 눈물이 나오질 않았어. 폭우가 내렸던 날 이후 내 안에 눈물을 누군가 훔쳐가 버린 거야. 가슴이 시리고 아파오는데 난 마론 인형이 되어 이제 눈물이 나오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