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생이 스친 자국이란
지우개로 지우고 남은 망각의 껍데기
파렴치한 생이 지날 흔적이란
띠를 두른 대상포진 같을 채찍질한 고달픔
갈라진 뱀의 혀처럼 그 날카로운 生의 독으로
존재의 거죽을 사선으로 훑고 지나가잖아
존재를 둘러싼 허무에 이른 세포들은
각질처럼 떨어져
흙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리라고
세포 마디 하나 이룬 생의 그리움조차 기억 못 할때
사람이기를 끔찍하게 난, 절망해
공허한 우주 속 실체는 고독한 각질이 되어
먼지조차 아닌, 어느 곳 하나 돌아갈 곳이 없어
이 쓸데없는 생에 누군가
내 가녀린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돌무화과나무에 올라 키 작은 삭개오처럼
구원이라도 얻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