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소멸된 후
내 앞에 서 있는 것
고독,
세계에서 이탈되어
우주에 먼지 하나 구성되지 않을 때
난 그때 고독의 절정에 서 있지
고독은 홀로 소멸하는 게 아니야
먼지 하나 탈탈 털리고 나서야
그때 존재가 無,라는 정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우주 안 내 존재의 흠집은 이미 나버렸잖아
고독을 이룬 그 흠집을 바느질로 꿰맬 수도 없어
세계를 이루었던 내가 소멸되었기에
고립된 것처럼,
소멸한 나를 찾아봐,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어
기억 속 텅 비어있는 것을
아무리 더듬어 찾을지라도
또는,
지고 있는 석양이
우리 손 끝에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만져지지 않는 것,
죽음을 넘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듯한, 無
바로 그것 앞에 서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