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그 허무한 것들이 지날 바람소리를

by sally


성황당 가는 길,

상수리나무 몸통 두른 새끼줄에

하얀 천 조각들이 바람 속 허무에 나부낀다


生이 무엇이더냐,

그리로 지나가는 넋이 물어볼 때

천 조각 속 사연들은 저마다 가여운 울음소리라 한다


다시, 지나가는 넋이

사는 게 뭐 그리 슬프더냐 하니

우듬지 위로 까마귀 울음소리가 그리 대답하더라


주름진 너희 생이 그토록 얄궂다면

그 웃음소리조차 가여우니


새끼줄 두른 나무에 걸려 있지 말고

돌이 되어 한가닥 희망이라도 쌓아 올리라고




너희는 꽃보다 더 고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꽃을 어루만질

허무한 바람이 지나갈 틈을 주지 않았느냐


生도 꽃처럼 어루만지더니

지고 말 것에 무슨 가련한 시선을 두는가


어차피 生은,

성황당 지날 길목 새끼줄에 매달린

얄팍한 천 조각에 담긴 사연뿐인 것을


이제 넋들조차 찾아오지 않을 곳은

상수리나무에 지날

허무한 生의 바람소리만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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