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김유정 문학촌 가는 길

by sally


유월의 싱그럽고 붉은 장미꽃이 동네 초등학교 담장 사이로 얼굴을 내밀면, 나는 까치발을 하고 수줍은 미소로 부드러운 꽃잎에 입맞춤한다.



다정한 눈빛으로 이 계절에 서서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니 사랑도 그립고 그리움도 사랑스럽다. 나의 연인 태양은 밀어내려 해도 자꾸만 내 등에 바싹 쫓아온다. 난 장난스럽게 걸음을 멈칫, 하고 선다. 그도 멈춘다.

유월, 이 계절은 나를 눈부시게 만들고,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꿈을 소복하게 쌓이게 만든다.


나는 그제서 아무것도 바랄 수 없는 세상을 향해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사랑해, 나의 여린 풀꽃 풀잎아,

너희들의 싱그러움을 사랑해.



내 작은 가방에 공책과 연필 하나, 봄꽃잎 담듯이 담아간다.

춘천행 익스프레스 기차를 미리 예약한 창가 쪽 좌석에 홀로 앉으니 앞 뒤로 다정하게 손을 잡은 젊은 연인들이 보인다. 유월의 붉은 장미꽃은 그 정열에 어찌할 수 없어 몸서리치고 기차 안에 장미향을 분수처럼 쏟아부는다.

그래, 그렇다. 나는 홀로이어도 쓸쓸하지 않다. 나의 연인 태양,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버린 내 가슴은 온통 사랑의 열병을 앓고 지나가, 눈부신 이 계절에 서 있음이 너무 그리워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는 이 계절을 부여잡고 가지 말라 애원한다.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기차는 그리움을 안고 큰 강의 다리를 건널 때도 평온하다. 강 양쪽으로 잔잔히 흐르는 물결은 마치 실크의 부드러운 느낌처럼 내 가슴을 차분하게 적시니,


아, 삶이 행복하구나,

지나갈 삶이 힘겨울지라도 이 계절의 연인은 또다시 나를 찾아와 눈부시도록 만들어 버리니, 풍성한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내 가슴에 한 다발 넘쳐 벅차다 한다.


기차는 싱그러움을 안고 가평을 지나고, 강촌을 지나니 옛 추억이 풍경 속에서 그들을 하나, 둘 떠오르게 한다. 사랑했었고 그리워했었던, 그들의 여리고 아름다운 몸짓들이 그 강변에 움트고 꽃이 피었으리라.

아름다웠고 가슴 시린 청춘의 날들, 이곳 경춘선 기차에서 먼 세월을 지나 여기 이 시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추억을 위해, 난 현재의 그리움 또한 마신다.





기차는 꿈을 안고 김유정역에 도착한다. 눈부신 햇살은 김유정역 처마 끝에 매달려 그의 글에 담긴 향수를 자아내고 나는 그의 그리움 젖은 땅을 시린 가슴이 되어 밟는다.

나는 무엇을, 어떠한 행복을 내 삶에서 오기를 바랐을까. 그것은 거대한 행복도, 산을 옮길만한 사랑도 아니었으리라. 나의 작은 존재는 유월의 들꽃과 들풀만으로도 가슴 시리었다.

문학관에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이면 들꽃은 글이 되어 화사하게 그 땅을 다시 비추고, 그의 원고에 그립고 애절한 삶의 찬란했던 시간들은 그리움이 강물처럼 넘쳐, 내게 사랑을 말하라 한다.


이 계절에 서서, 행복하다 말함은 내가 존재함 그 자체의 이유만일뿐, 그 이상은 지금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싱그러운 이 계절에 가슴 시리도록 사랑하고픈 그리운 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계절, 내가 있어 그들도 존재하였고, 그들이 있어 내가 존재하고 있을 이 모든 그리운 시간들이다.



그리움의 마지막처럼 지나가는 유월 햇빛이 가슴 시리도록 하면,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조차 진정시키지 않고 난 모른 척하고 즐긴다. 이 계절이 나를 등 떠밀어 가을로 가라 해도 난 여전히 모른 척한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그리운 이들이여.

그대가 우릴 사랑한다면,

그대가 우릴 그리워 가슴 시리워한다면,

유월의 계절에 남춘천행 기차를 타고 그리움의 미래로 함께 가지 않으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