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고 지고
메마른 너의 입술이 내 볼에 닿았어. 차가움 끝에 매달린 고드름 같아. 흔적이 있던 테두리에 서서 너는 노래를 했어. 아아 너의 향기는 세이렌의 유혹처럼 다가와.
꽃잎이 지고 말았잖아.
나는 그녀가 남긴 흔적 끝에 섰다. 작은 둔덕 위로 메마른 꽃잎들이 서로 엉켜있다. 바람의 짙은 한숨이 그녀를 휘감았을 때 나는 한 걸음씩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걸었다. 밀도 높은 공기가 내 안에서 조금씩 새어 나가고 매끈한 피부의 표면은 숨결을 열어젖혔다.
나는 까만 눈동자를 구르며 은밀하게 그녈 쫓아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 낮은 언덕에 서서 손바닥을 펼쳐보았어.
햇살과 꽃잎 한 장만,
가려고만 애쓰지 말고 나를 더 돌아보면 안 되겠니. 내가 중얼거렸을 때 그녀의 연분홍빛 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다. 아 발을 바닥에 딛고 싶어. 흩어진 꽃잎이 물결치잖아.
부드러운 것들이 내 위로 떨어졌을 때 나는 그 위에 누워 하늘을 보았어. 파란색 물감이 뚝뚝 떨어져. 바닥이 흥건해지고 꽃잎이 물에 떠내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하늘빛이 어두워졌다. 시커먼 까마귀 떼들이 날아와 창공을 덮었다.
꺄아악 까꺅
하늘 표면에 낀 새까만 성에. 그들이 봄빛을 가로막았다.
허무한 땅 위,
내가 있던 곳은 공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