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에 앉은 달빛 도시락 (1)

조개껍데기

by sally

달나라에 사는 달빛 요정은 땅에 사는 사람들이 어찌 사나 궁금해서 남쪽 나라 따뜻한 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달빛 요정은 폭신한 흰구름 안에 들어가 저녁이 오기 전까지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저녁이 올 무렵 슬금슬금 일어나 달의 모양을 둥그렇게 빚어놓은 후, 빛의 창고에서 투명한 노란빛을 가져와 달 속에 한 움큼 쟁여놓았다. 땅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달빛은 지구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제서 안심을 하고 달빛 요정은 아까 보았던, 보암직하니 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곳으로 내려왔다.


때는 곧 초여름이라 그곳에서 불어오는 매혹적인 꽃향기를 놓칠 수 없어서 이끌려 와 보니 멀리서 달빛에 은은하게 무언가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커다란 조개껍데기 모양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배의 모양을 한 것 같기도 하여 달빛 요정은 궁금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요리조리 둘러본 달빛 요정은 조개껍데기 같이 생긴 맨 꼭대기 위에 올라앉았다.


수평선 멀리 바다는 고운 음색을 내듯 잔잔하게 출렁였고 달빛에 아련하게 비친 바다는 윤슬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때마침 인어가 아름다운 꼬리를 흔들며 바다 위를 헤엄쳐 다녔으나 이내 달빛 요정을 보더니 슬그머니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볍게 날갯짓을 하며 조개껍데기 지붕에서 내려온 달빛 요정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구경을 하며 다녔다. 정겨운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은은한 달빛이 비쳐주는 바닷가를 보면서 차갑게 얼린 맥주컵에 맥주를 담아 시원하게 마시고 있었고, 초여름날의 화려한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은 사랑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서 달빛 요정은 그곳을 지나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달빛 요정은 조개껍데기 아래 모퉁이 쪽 계단에 앉아 바닷가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작고 여린 여자 아이를 발견하였다. 어깨에는 바이올린을 메고 있었고, 노란색을 띤 네모난 그릇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달빛 요정은 너무 배가 고팠길래 작은 여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안녕, 꼬마 아가씨. 나는 달나라에서 온 달빛 요정이라고 해. 여기 놀러 와서 구경하다 보니 벌써 배가 고파졌거든. 나랑 같이 나눠 먹으면 안 되겠니?"


작은 여자 아이는 달빛 요정을 보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안녕, 달빛 요정아. 나는 항상 밤이면 너를 쳐다보면서 아주 맑고 아름다운 빛이라 생각했어. 너를 만나서 반가워. 내 음식을 나눠줄게. 함께 먹자."


달빛 요정은 눈부신 날개를 퍼득퍼득 움직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란색 네모난 그릇에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담겨 있었는데 달빛 요정은 그중에서 불고기가 맛있어 보였다. 작은 여자 아이는 네모난 뚜껑에 불고기와 밥을 담아서 달빛 요정에게 주었다. 달빛 요정이 불고기를 한 입 먹어보았다.


"우와 맛있다! 이거 너가 만든 거야?"


달빛 요정은 신기하다는 듯이 날개를 퍼득였다.


"아니야, 이건 우리 엄마가 만들어 주신 거야. 우리 엄마는 날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도시락을 싸 주시지. 나는 보통 불고기나 김밥, 볶음밥 이런 것들을 싸가지고 다녀. 원래는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게 맛있거든. 그런데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모여 살기 때문에 그런 거는 도시락으로 쌀 수가 없긴 해. 그리고 나는 여기서 바이올린 연주회를 하니까 가끔 우리 만나서 함께 도시락을 먹자. 너가 온다고 하면 엄마한테 도시락 두 개 싸달라고 할게."

"아 진짜? 그럼 너가 연주하는 날에 여기 조개껍데기로 꼭 올게."

"오늘도 내가 바이올린 연주회가 있는데 한 번 구경 오지 않을래?"

"그래, 그래, 정말 가보고 싶다."

"그리고 여기는 조개껍데기가 아니라 오페라하우스라고 해."

"아 그렇구나. 너가 오늘 맛있는 음식을 내게 주었으니까 다음에는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올게. 달나라 음식도 같이 먹어보자."


그때 작은 여자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너가 사는 달나라에서도 음식을 만들어?"

"그럼 우리도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지. 내가 하는 일은 달님을 아주 예쁘게 빚는 일인데 일을 하다가 가끔 배가 고프면 방아를 찧어서 떡을 해서 먹기도 해. 부드럽고 아주 달콤한 맛이지."

"맛있겠다. 이제 연주회 시간이라 들어가야 돼. 너는 특별히 내가 잘 보이는 곳에 앉혀줄게."


그 뒤로 달빛 요정과 작은 여자 아이는 오페라하우스 모퉁이에서, 은은한 달빛 아래 도시락을 먹고 바이올린 연주회장으로 손잡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