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부스러기

by sally

마른 가지에서 떨어져 나간 낙엽이 흩날린다.

비운(悲運)의 바람을 타고 날아가더니 부스러기가 되어 시선의 허무(虛無)에서 사라져 버린다.





몸에 달라붙었던, 생때같은 하얀 부스러기가 떨어질 때마다 낙엽이 되어 흩어진다.

가을 풀밭에 떨어진 마른 잎을 손에 쥐는 순간, 애절한 사랑은 갈색 부스러기가 되어 바람에 지면를 쓸다 사라진다.



애써 이루었던 사랑이 낙엽처럼 하나 둘, 찬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 아련한 심장이 되었던 사랑은 메마른 낙엽이 되어 부스러기처럼 잘게 부서진다.


사랑했었고 그리워했었던 얼굴들,

검은 눈망울에 슬픔을 담고 생의 회한을 노래했던 얼굴들,

메마른 계절에 서서 몸의 생때같은 하얀 부스러기가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면, 난 수두를 앓은 아이처럼 내 심장에 생채기가 난다.

아프다.



사랑의 자국을 남긴 물집은 무심히 흘러간 세월에 자못 딱지가 되어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으나 수두의 흔적은 생의 눈물처럼 아련하게 보인다.


몸에 곳곳이 패인 그 상처들을 볼 때마다 어찌 메꾸어야 할까.


봄이 온들 아물까,

가벼이 나비가 되어 날아간들 아물까,


생때같은 내 하얀 부스러기들은 그저 꽃이 지고 만 자리에 갈색 낙엽 되어 뒹굴 뿐이다.


내 심장을 이루었고 뜨거운 태양처럼 감정을 불타오르게 했던 사랑은 내 몸의 부스러기가 되어 소멸하는 세포처럼 그렇게 통절히 낙엽 되어 떨어져 나가,



촉촉한 눈망울이 그려냈던 사랑은,

어느 순간 소쩍새가 되어 뒷산 숲 속 어딘가에 짝 잃은 외기러기 마냥 슬픈 소리로 울기만 한다.


뻑뻑 스쩍, 뻑뻑 스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