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많이 그리웠던 친구들과 캐서린은 주말마다 만나 즐겁게 놀고 있다. 놀이터에서 놀고,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도 먹고, 아이들끼리 깔깔거리며 추운 날씨에도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평일에는 친구들이 각자 학원 일정이 있어서 만나지 못하고, 주로 주말에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평일에는 아이와 둘이 시간을 보낸다. 마침 주토피아가 개봉했다고 해서, 더빙보다는 자막으로 보는 게 영어 듣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 모르게 자막으로 예매해 영화관에 갔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영화관은 마치 우리가 빌린 것처럼 한산했고, 여유 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물어봤다.
“자막 보면서 봤어? 아니면 영어 들으면서 봤어?”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처음에는 자막을 보면서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막을 안 보고 그냥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는 거였다.
순간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4개월 만에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잘 모르겠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은 선명하지 않다. 글은 여전히 잘 못 읽는 것 같고, 최근에 받은 친구 생일 초대 파티 안내문도 읽어보려 하지 않고 나에게 해석해달라고 했다. 글은 아닌데, 귀는 열린 건가 싶은 마음도 든다.
오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 영어 다 까먹은 것 같아.”
벌써? 한국에 온 지 고작 열흘인데. 영어를 안 쓰고 있는 건 맞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익숙해지는 중인지, 잠시 멀어지는 중인지, 아니면 둘 다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또 이렇게 기록해둔다. 나중에 돌아보면, 이 질문에도 답이 생길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