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의 인도네시아 생활은 처음부터 3년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있었고, 그 안에서 영어 공부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고 싶은 내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었다.
돈이 충분했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가장 비싼 국제학교로 보내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K 직장인 부부였고, 외벌이로 감당하기엔 국제학교 학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학교 선택을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맘카페를 뒤져봐도 나와 같은 선택을 고민한 사람, 혹은 이미 그 길을 지나온 후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건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부부가 책임져야 할 결정이었다.
내셔널 플러스 학교에서의 첫 1년은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라고들 했다. 듣기는 가능하지만 말은 잘 나오지 않는 기간이 꽤 길고, 보통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아이들이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실제로 1학기를 보내고 나니 캐서린도 영어 듣기가 훨씬 편해졌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말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때부터 나는 생각했다.
아, 이제 국제학교로 옮길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구나.
내가 느낀 내셔널 플러스 학교의 환경은 이랬다.
인도네시아 학생 비율이 높았고, 인도네시아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었으며, 인도네시아 교육과정 안에 포함된 필수 과목들이 존재했다. 원어민 선생님보다는 인도네시안 선생님이 중심이 되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영어 환경이 약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곧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 아이들에게도 영어는 제2외국어였다. 모두가 완벽하지 않았고, 자주 틀렸고, 다시 묻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캐서린은 그 안에서 특별히 느린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같이 멈추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다시 말하는 쪽에 가까웠다.
누군가의 유창한 영어를 듣기만 하는 환경이 아니라, 서로 맞춰가며 대화하는 환경.
“다시 말해줄래?”라고 물으면 친구들이 요리조리 쉽게 설명해 주고, 설명하다가도 “이 단어는 알아?” 하고 확인해 주고,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 끝까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태도, 이해하려고 되묻는 반응들.
캐서린은 그 안에서 ‘맞게 말하는 법’보다 ‘끝까지 말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더 이상 말을 망설이지 않았고, 수업 참여도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변화도 보이기 시작했다.
발음이 조금씩 인도네시아식 영어로 변하는 느낌. 콩글리시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선생님들은 친절했지만, 언어를 계속 다듬어 주는 환경은 아니었다. 대화를 이어가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표현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의 일부가 인도네시아어로 진행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영어로 가르치던 인도네시아 과목도 학기가 바뀌고 선생님이 바뀌면서 인도네시아어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항의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캐서린은 그 시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걸 하며 사실상 수업에서 빠져 있었다.
그때부터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고민했다.
이제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고, 일상생활 영어를 이해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큰 어려움도 없어 보였다면—지금이 바로 국제학교로 옮길 시기가 아닐까.
아이와 함께 국제학교 투어를 시작했다. 상담을 받고, 아이의 의견을 묻고, 학비와 집에서의 거리까지 하나하나 따져 보았다. 그리고 결국, 선택한 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었다.
이 선택이 정답일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그때의 우리는, 아이의 속도와 우리 집의 현실을 함께 고려해 최선이라고 믿는 방향으로 한 걸음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