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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범 Nov 19. 2023

우리는 일하는 중이에요!

-탐지견들을 위한 매너-

오늘도 털복숭이 친구들은 국가를 위해 맑은 눈을 반짝이며 공항을 누빕니다. 여행을 마친 승객분들의 짐 주변을 서성이며 때로는 얕게 때로는 깊게 냄새를 맡으며 직무를 수행하는 친구들, 바로 검역 탐지견입니다.  

   

저번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검역 탐지견들은 농축산물을 잡는 친구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승객분들의 캐리어나 짐에 다가가게 됩니다. 한마디로 승객분들의 주변 가까이 밀접하게 다가가 일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승객분들 가까이 직무를 수행하다 보면 그로 인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도 일어나는 편입니다.

      

그러한 사건, 사고는 때때로 탐지견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사소하게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공항에서 탐지견들을 보게 된다면 승객분들이 지켜주셨으면 하는 매너 4가지를 말해드리려 합니다.

     

1. 만지지 말아주세요!  

반려견을 만지면 기분이 좋습니다. 부들부들한 털, 따뜻한 체온. 실제로 연구결과에 의하면 보호자가 반려견을 쓰다듬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낮아지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털복숭이 친구들은 쓰다듬을 수 밖에 없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공항에서 일하는 검역 탐지견을 보셨을 때는 그러한 마음을 차분히 내려놔 주시기 바랍니다. 검역 탐지견들은 ‘검역’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친구들입니다. 그렇기에 직무에 집중하여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종종 몇몇 승객분들은 이렇게 직무를 수행하는 탐지견을 만지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게 되면 탐지견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직무 수행에 해를 입기도 합니다. 탐지견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낯선 사람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은 탐지견들은 직무를 수행할 때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나를 예뻐해줄 낯선 사람만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만짐으로서 탐지견들을 예뻐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만 눈으로만 예뻐해주시기 바랍니다.    

 

2.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말아주세요!     

1과 더불어 공항에서 탐지견들을 본 승객분들은 신기한 마음에 탐지견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싶어 하십니다. 이러한 행위가 올바르지 못한 행위는 아니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보안으로 인해 공항이라는 장소, 저희가 검역 탐지견들을 운용하는 장소가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특히, 김해공항의 경우 군사기지의 역할도 겸임하여 이러한 보안에 더욱더 엄격합니다. 그렇기에 탐지견들을 보시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만 눈으로만 예뻐해 주시기 바랍니다.    

 

3.(탐지견이탐지 행위를 할때는 가만히 있어주세요!     

검역 탐지견의 탐지행위는 검역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이상 정말 빠르게 끝납니다. 검역물이 없는 승객의 짐 같은 경우 5~10초 정도면 끝이 나고 검역물이 있는 경우 대략 30초에서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저희가 검역 탐지견을 운용하는 장소가 승객분들이 여행을 마치고 짐을 찾는 장소이다 보니 마음이 급하신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탐지견이 탐지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트나 캐리어를 움직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노련한 탐지견의 경우 또는 자극에 둔감한 탐지견의 경우 괜찮지만 이제 막 탐지를 시작한 어린 탐지견의 경우에는 이러한 자극으로 인해 다치거나 놀라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놀라거나 다친 탐지견들은 이후 카트나 캐리어에 겁을 먹어 탐지견으로서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래 걸리지 않으므로 탐지견이 탐지행위를 할 때는 핸들러의 지시에 따라 가만히 있어 주셔야 합니다.     


4. 탐지견에게 음식을 주지 마세요!     

때때로 고생하는 탐지견들의 노고를 달래주기 위해 사람 음식을 주시려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은 견들에게 영양학적으로도 수의학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또한 탐지견들은 관리 매뉴얼에 따라 식이량이 정해져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탐지견의 운영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탐지견에게 사람 음식을 주시는 것은 올바른 행위가 아닙니다.          


공항에서 탐지견들을 보게 되신다면 지켜주셨으면 하는 매너는 이 4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며 의아하신 내용도 있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이라고 해서 그 영향이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매너를 지켜주신다면 탐지견을 운용하는데 있어 그리고 탐지견들에게 탐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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