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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범 Dec 23. 2023

‘결핍’과 ‘행복’

-반려견에게 ‘결핍’은 필요할까?-

오늘은 색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필자 본인은 올해 3월부터 PT를 받기 시작하여 11월 24일 바디프로필을 성공적으로 찍었습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새삼 사람에게 먹는다는 것의 중요성도 느끼게 되었고 먹는 것이 삶의 비중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식단이었습니다. 항상 일정한 양의 정해진 식사를 하는 것은 먹는 것에 크게 욕심이 없다고 생각한 저에게도 상당한 고역이었습니다. 평소 주전부리를 하지 않는데도 빵이나 과자 생각이 항상 날 정도로 먹는 것에 대한 ‘결핍’이 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필자도 항상 식단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하지 않는 선에서 식단을 벗어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바로 다음 날에 운동강도를 높임으로써 그 균형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끔 식단에서 벗어난 식사가 저에게는 큰 ‘행복’을 주었습니다. 오랜 ‘결핍’이 채워짐으로 큰 ‘행복’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디프로필이 끝나고 원하는 것을 쉽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지금은 더욱더 행복할까요? 바디프로필이 끝난 당일 원하는 것을 먹을 때에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쉽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한가를 따지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결핍’이 없는 상태에 ‘행복’만 채우는 지금이 오히려 ‘결핍’한 상태에서 ‘결핍’을 채우는 순간보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때 당시 식단을 벗어나면서 행복을 느꼈던 이유는 원하는 것을 먹고 싶다는 ‘결핍’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결핍’이 채워졌을 때의 행복 또한 더욱 커진 것입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지금은 쉽게 얼마든지 먹을 수 있기에 ‘행복’의 정도가 크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해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우리나라 반려견들은 소위 ‘자식처럼 키운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반려견이 원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들어준다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반려견은 자신이 원하면 보호자에게 간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어떤 보호자는 반려견이 언제든지 사료를 먹을 수 있게 자율급식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살아가야 하는데 필요한 조치들(미용, 목욕, 약 먹이기 등)을 할 때 반려견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그만두기도 합니다. 또한 몇몇 보호자는 반려견을 혼자 두는 것을 참지 못하거나 산책을 여러번 나가야 한다는 것에 강박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보호자의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저러한 행동들은 모두 반려견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입니다. 반려견을 아끼지 않는다면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러한 행동들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반려견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봅시다.     


보호자의 애정어린 행동들에 문제없이 지내는 반려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몇몇 반려견들은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보호자의 저런 애정어린 행동들을 ‘요구’하는 반려견들도 있습니다. ‘요구’라는 것은 반려견이 보호자에게서 원하는 행동들을 이루기 위해 하는 행동들입니다. 짖는 행동, 으르렁거리는 행동 심지어는 보호자에게 달려드는 행동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요구’하는 반려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요구를 빠르게 들어주는 것일까요? 보호자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항상 쉽고 빠르게 들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해 좋은 행동일까요?     

 

필자는 이러한 반려견들에게 필요한 것이 ‘결핍’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시켜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는 경험 또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특정한 지시가 있어야 하는 경험들이 요구적인 반려견들과 보호자 사이에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쉽게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어도 그것이 자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자식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때로는 ‘결핍’이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필자는 그것을 바디프로필을 하며 느꼈고 때로는 ‘결핍’이 반려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본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본 글이 영향을 끼치지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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