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견들은 일하는걸 좋아할까?-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공항은 여전히 여행객들로 붐비고 오늘도 열심히 승객들 사이를 누비며 열심히 일하는 털복숭이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탐지견입니다. 탐지견들은 각자 도맡은 일을 수행하며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코로 승객들의 짐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탐지견들은 승객들이 가져오면 안 되는 물건들을 탐지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탐지견들을 보고 기특하고 대견하게 보는 시선들도 있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탐지견들이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일을 시키는 것이라 생각하시거나 극단적으로는 ‘개라는 동물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학대다.’라고 판단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일까요? 탐지견들은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싫어할까요? 가장 확실한 답은 탐지견들에게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탐지견들은 사람 말을 할 수 없으니 이에 대한 저의 짧은 견해를 말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탐지견들이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라는 의견 속에는 사역견과 반려견을 동일시하는 시선이 내재하여있다고 고려하였습니다. 반려견들은 보호자의 집에서 편하게 쉬고 원하는 것을 먹고 놀고싶을 때 산책을 나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역견들은 이러한 것들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할 뿐이니 불행하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릅니다. 오히려 ‘사역견들이 반려견들보다 행복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글로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결핍’과 ‘행복’-편을 참고해주세요.) 요약하자면 반려견들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원할 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의 가치가 크지 않지만 사역견들은 자신들이 잘하고 뛰어난 일(탐지)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어렵게 성취(보상)해내기 때문에 반려견들보다 사역견들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할 때 정신적인 만족도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상승합니다. ‘개에게 자신감이라는 요소가 있는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에게 그냥 밥그릇에 밥을 주는 것과 문제해결을 통해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 두 가지를 제시했을 때 전자보다 후자가 정신적 만족도가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예외인 동물이 하나 있었는데 고양이였습니다.) 이처럼 동물에게도 일이라는 요소는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반려견들보다 공항에서 일을 하고 일을 마치면 깊은 잠에 빠지는 탐지견들이 더 삶의 질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필자가 탐지견들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출근할 때의 모습입니다. 개라는 동물은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과 장소를 연결지어 생각합니다(이를 ‘고전적 조건화’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반려견들이 병원을 무서워하거나 화장실을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그 장소에 가면 아프거나(주사를 맞거나) 싫어하는 경험(목욕을 하는)들을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장소와 연관되는 행동들 (병원에 가기 전에는 항상 켄넬에 넣거나 차로 이동하거나, 목욕을 시키기 위해 욕실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거나)도 빠르게 눈치채서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이 말에 의하면 탐지견들이 일을 싫어한다면 공항에 이동하기 전에 켄넬에 넣으려고 하거나 차에 탑승시키려고 한다면 탐지견들이 피하거나 거부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탐지견들은 항상 공항에 출근하기 위해 차 근처로 데려가면 스스로 점프하여 켄넬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견사에서 대기하고 있는 탐지견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흥분하여 짖고 점프합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자기도 데려가 달라.’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흥분한 탐지견을 차 안 켄넬에 태우면 얌전해지기 때문입니다. 탐지견들이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러한 모습들을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들로 인하여 필자는 탐지견들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어쩌면 ‘행복한 개는 일하는 개다.’. 라고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