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엄마의 비밀 이야기1
나는 왜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을 걱정했을까. 그것도 아픈 엄마를 두고. 거기엔 엄마와 나 사이의 오랜 역사, 그리고 엄마는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여기에 써보려고 한다. 아주 오래전 기억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우선 엄마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모를 아주 오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엄마는 6녀 7남의 넷째 딸이었다. 가장 예쁘고 착하고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딸이었다. 저 남쪽 지방에서 한약방을 하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집에 드는 환자를 비롯한 모두를 먹여 보내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마당에는 항상 무언가가 끓고 있었고, 일거리는 넘쳐 났는데, 그걸 돕는 자식은 우리 엄마 뿐이라고 했다.
지금 수원이모라 불리는 엄마의 바로 위 언니는 사실 지금으로 따지면 자기 정체성과 원의에 충만한 존재였지만, 시절이 그러하니, "엄마 힘들게 하는 딸"이었을 뿐이라, 매일 쫒는 외할아버지와 도망가는 이모는 동네 한바퀴가 일쑤였다고 한다.
아내를 존중하고 자식을 아끼던 나의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결혼하기 전, 복어를 잘 못 드시는 바람에 일찍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특히 우리 엄마를 무릎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집안을 이끌어내던 외할머니를 적극 도왔던 것도, 결혼한 뒤 동생들을 건사하던 것도 모두 우리 엄마였다.
모두 결혼을 하고 취업을 하고 자기 앞가림을 할 때, 엄마는 대전에서 사업을 하던 외할머니를 도왔고, 그 즈음, 훗날 나의 아빠가 된 그 남자는 길에서 만난 엄마를 무작정 따라다녔다.
그는 약대를 나왔지만 딱히 약사에는 뜻이 없어 결혼한 누나의 일을 도우며 적당히 즐기고 살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장모님이 될 사람을 만날 자리에도 친구를 대신 내보냈다던가. 외할머니는 용납할 수 없는 그의 됨됨이에 극심히 반대했지만, 당사자인 엄마는 제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를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은행 다니던 번듯한 이도, "너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던 동네 오빠도 외면하던 엄마는 결국 그 눈물에 자기의 인생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