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교직경력 20년 차가 되니, 지인들이 교감 승진을 하거나, 전문직 전직을 하거나, 수석교사가 되는 경우를 쉽게 보게 되었다. 그럼 난 무엇을 하였나? 늦게 교사가 되다 보니, 승진보다는 내실 있는 교사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승진이라는 용어를 잊고 살았다. 하지만, 경력이 어느덧 채워지다 보니, 승진이나 전직한 벗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럴 때면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나는 무엇을 하였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는 것을 속일 수가 없다. 교사는 단지 경력만 쌓이면 승진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승진을 위한 자격조건을 쌓아야 한다. 자격조건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 교사는 승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초등 임용고시(1차: 교직논술, 교육과정, 한국사, 2차: 교직적성 심층면접,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수업실연, 영어면접 및 영어수업 실연)를 어렵게 통과하고, 발령 후 초등교사의 특성에 따라 교직경력 10년 이상이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리라는 각오로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결혼 후 세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가 되면서 승진의 자격조건은 나와는 먼 곳에 있었다. 하지만, 경력이 어느덧 차오르니 주위의 친구나 동생들이 다른 방향의 삶(승진, 전직)을 사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고민 끝에
수석교사에 응시하고자 맘을 먹고 준비를 하였다.
수석교사제의 목적은
• 교사 본연의 가르치는 업무 존중, 그 전문성에 상응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 ‘잘 가르치는 교사’가 우대받는 교직 풍토를 조성한다.
• 교직 사회의 학습 조직화를 촉진한다.
수석교사의 직무는
• 필수 직무: 소속학교에서의 수업, 교사 지원 활동 등
(수업 및 생활지도 컨설팅, 신임 교사 및 교육실습생 지도, 연수 지원 및 강사 활동, 자료 개발․보급 및 연구 활동 등)
• 보조 직무: 학교교육과정 수립 등에 참여, 학부모 대상 교육에 강사로 활동 등
수석교사 전형방법은
1차: 교육경력(10점)+교육연구·개발 실적(25점)+수업공개·컨설팅 실적(25점)+기획능력(20점)+관계형성(20점)
2차: 수업역량 평가(40점)+동료교사 지원역량(30점)+학생 지도역량(30점)
1차 선발 대상 인원의 1.5배수 이내를 2차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최종 선발은 2차 전형(역량 평가) 결과에 따라 수석교사를 최종 선발한다. (단, 1차 전형의 점수는 합산하지 않는다.)
다양하게 교육 활동을 한 터라, 1차 7명 선발인원의 1.5배수인 10명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2차 준비가 나의 발목을 붙들었다. 즉, 수업역량 평가 준비를 위해 수업실연과 수업컨설팅 준비는 나에게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수업실연을 준비하기 위해 초등 임용고시 수업실연 관련 도서를 정독하고, 주위 동료들 앞에서 수업실연을 실제처럼 해 보았다. 그리고 수업컨설팅 방법을 익히기 위해 수업 전문성이 뛰어난 후배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였다. 00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수업전문가에도 몇 번 응시한 경험이 있고, 재미있게 학생들에게 제공한다고 자부하였는데, 평가 수업 앞에서 무너지는 나의 모습을 경험하였다.
2차 시험 2주를 남겨두고, ‘포기’라는 단어가 나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함께 2차 시험을 준비하는 선배 선생님께 상담하였으나, 낮은 자신감은 나의 뇌리를 계속 맴돌았다. ‘과연, 좋은 수업으로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괜히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결국, 시험준비를 ‘STOP’ 하였다. 시험에 끝까지 응시하지 않는 것도 역량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교육청에 포기서를 제출함으로써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으로 지인이 수석교사가 되어 제주도와 한국교원대에서 자격연수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다. 나도 저들과 함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전근 가는 학교에서 사랑스러운 제자를 만나고 새로운 학교생활 모습을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