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그해 가을, 나는 케이크과정을 끝내고 케이크디자이너 자격증을 땄다. 민간자격증이라 큰 의미는 없었지만 성취했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얻었다.
이어서 제빵 수업인 샌드위치 수업을 듣고 우리 지역에 있는 제과학원으로 옮겨서 초콜릿수업과 양과자수업을 더 들었다.
그렇게 꼬박 1년을 베이킹을 배웠다.
전문적으로 하는 선생님들에 비할 바는 절대 못되지만 짧은 기간에 기본적인 건 한 번씩 훑었다는 자부심을 얻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나만의 길을 열었다.
호두파이 굽는 일!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내가 넘어간 거다. 이것이 바로 사건의 지평선일까!
국비과정을 끝내고 나서야 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스파르타 같던 내 스케줄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나는 딸기케이크도 함께 만들게 됐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맞아떨어져서 딸기케이크도 호두파이도 주문이 쇄도했다.
그런데 지역 맘카페에서 숨어있던 능력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 나와 비슷한 품목들을 팔기 시작했다. 나중에 카페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내가 호두파이를 팔기 전엔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나로 인해 촉발된 판매와 홍보로 카페 내 분위기가 흐려져 그 이후로 각종 규제와 규칙이 엄청 추가됐다고도 들었다.(미안합니다 ㅋㅋ)
맘카페 내 다른 경쟁자들이 신경 쓰인 건 사실이다. 각자 다른 품목을 만들면 서로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 사이좋게 오손도손(?) 제 분야에서 잘해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다들 호두파이에 뛰어들었다.
카페 회원들은 서로 다른 호두파이를 먹으면서 맛평가를 하기도 하고 가성비를 따지기도 하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그런 평가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 당시 내 마음은 '왜 하필 내가 먼저 팔기 시작한 호두파이를 다 같이 만들까. 왜 은근히 내 호두파이를 저격할까' 하는 생각으로 속이 상했다.
물론 그 덕에 긴장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구개발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 호두파이가 가장 비쌌지만 제일 맛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호두파이를 만들고 있는 사람도 나뿐이다.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배운 분도 있었지만 그중에는 취미로 집에서 호두파이를 구워 보신 분, 원데이클래스에서 호두파이를 한번 배워서 파는 분도 있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경쟁자들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었을 무렵 그 피곤함을 느낀 건 나 혼자가 아니었나 보다.
어느 날 구청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