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시작점

경력단절 육아맘이 되었다

by 정파이

나는 지금 동네 작은 파이집을 한다.

혼자 하는 작은 가게로 오픈한 지는 9년 조금 넘은 10년 차 파이집이다. 지금까지의 내 이야기들을 내 맘대로 털어보려고 한다. 지나면 잊힐 내 이야기들을 문득 기록으로 남겨 보고 싶어졌다.

지금은 베이킹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짧은 경력이지만 나름 큰 경제 신문사에서 기자로도 일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호두파이를 굽고 있다니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난 25살에 결혼을 했다.

22살에 만난 오빠야랑 사랑에 빠져서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대학 졸업하고 1년 뒤인가 결혼해 버렸다. 지금도 25살에 결혼한다고 하면 너무 애기 같지만 18년 전 그때도 다들 왜 그렇게 빨리 결혼하냐고 말렸다. 그땐 정말 사랑했으니까 빨리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난 부산 사는 22살 대학생이었고 오빠야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회사 다니는 27살 직장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3년 동안 원정 연애를 했다.

왜 갑자기 사랑타령일까.

그건 내가 호두파이집 이야기를 하려면 그때 상황으로 돌아가서 이 오빠야 욕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밑밥 까는 걸로 해두자.


그땐 서운하고 이해 안 되고 화나게 만들던 남편이었지만 돌아보니 지금은 이해되고 안쓰러운 남자. 22살 때 내 사랑이 주변을 다 태워버린 열정적인 사랑이었다면 20년 지난 지금은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랑인 거 같다.

평생을 어떻게 한 남자랑 살 수 있나 지겹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근데 한 남자랑 살아도 얼마나 스펙타클한 지 지겨울 틈이 없다. 이 오빠야 이야기는 나중에 책 한 권 따로 써야 한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경단녀가 되었지만 그때는 아쉬운 줄도 몰랐다. 신랑만 보고 서울로 올라온 거라 서울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아기를 맡아줄 사람도 없었다. 낯가림이 심한 아기는 아빠한테도 잘 가지 않는 엄마 껌딱지여서 나는 1년 육아휴직 후에 당연한 수순으로 퇴사해 버렸다.

그 당시 나의 직업은 주식시장 기사를 쓰는 증권부 기자였다. 아침 6시 반까지 출근해서 미국 시장 마감을 보고 그날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정리하다가 국내 증시가 개장하면 특징주 기사를 써대는 일이었다. 만삭에 출산 예정일을 보름 앞둔 날까지도 6시 반 출근을 했지만 그게 내 마지막 출근이었다.


그렇게 20대에 난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내가 널 먹여 살렸으니 앞으론 니가 날 먹여 살려!!"

"뭐?????"

그날의 서러움과 허망함은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내 도전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