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배움
정부의 보육료 무상지원이 시작되고 나는 둘째가 두 돌이 될 때 어린이집에 보냈다. 육아한 지 만 5년 만에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거였다. 처음에는 이 자유시간에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마트만 가도 몸이 날아 갈듯 가볍고 즐거웠다.
평일 오전에 가본 백화점은 천 원짜리 한 장만 들고 가면 음악 공연도 볼 수 있고 유명 강사의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커피도 무료였다. 나에게는 완전 신세계였다. 요샌 못 가봐서 모르겠는데 그땐 그랬다.
'와~다들 이렇게 문화생활도 즐기고 쇼핑도 하고 사는 거였구나!!'
한 달 정도를 그렇게 놀러 다녔더니 오빠야가 놀지만 말고 뭐라도 좀 배워보라고 했다. 놀게 좀 두지 투덜대면서도 뭘 배워볼까 물어봤다. 베이킹을 배워보란다. 자기가 빵 만드는 걸 배워보고 싶었다나.
"난 요리는 취미 없는데.. 살림 중에서도 음식 하는 게 제일 힘들어."
그래도 그는 한번 배워보라며 권했다.
"한번 해보고 아님 말면 되지."
...그런가?
그래서 난 동네에 있는 시립여성회관에서 제과제빵 기능사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제과제빵학원도 알아봤는데 수업료가 과정 당 100만 원 정도 되어서 바로 접었다. 나는 크게 흥미도 없는 일에 그만한 돈을 쓸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둘째 어린이집 맞은편에 있는 시립여성회관에 엄마들이 배워볼 만한 각종 수업이 개설되어 있었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관심이 없다 보니 가까운 곳에 그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주 3회 수업에 석 달 정도 배우면 과정이 끝나는데 비용도 20만 원 대였다
난 베이킹은 하나도 몰랐지만 이왕 하는 거 자격증을 따보자 싶어서 무모하게 기능사 자격증반부터 등록을 했다. 그리고 내 인생은 거기서부터 2막이 시작된 거 같다.
처음 배워본 베이킹은 신기했다. 정확한 계량과 만드는 순서, 오븐 온도와 굽는 시간만 지키면 진짜 빵집에서 만든 듯한 품질의 제품이 나오는 거다. 요리에는 소질 없던 나도 제법 그럴듯한 빵이 나오는 게 정말 신이 났다. 왜 이런 과정을 거치는지 원리부터 배워보니 꽤 과학적이라 더 재미있었다.
발효된 빵 반죽은 따뜻하고 말랑해서 내 마음까지 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4인 1조로 팀을 짜서 작업을 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됐다. 이사 와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동네였는데 지인이 생겼다. 나이는 제각각이라도 모두 아줌마들이라 공통 주제도 많았다. 나 혼자 끙끙 대던 문제들을 상의할 수 있게 되고 팁도 얻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나를 위해 배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학생 때는 배움이 당연한 줄만 알았는데 육아만 하다가 5년 만에 새로운 걸 배워보니 배움과 내 성장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베이킹에 완전히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