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수업? 무조건 해야지!

열정이 다시 깨어났다

by 정파이

난 원래 뭔가에 금방 빠져들고 일단 저지르고 보던 사람이었다. 25살에 사랑 하나로 결혼을 감행했던 나였 않은가.

대학 다닐 때는 VJ특공대 같은 VJ 프로그램이 유행할 때였다. 부산 지역 방송국들도 자체 편성시간에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편성다.
는 신문방송학과에서 방송제작 수업을 들을 당시 같은 수업을 듣던 선배와 동기를 모아 VJ팀을 만들었다. 6mm 카메라로 영상을 제작해서 당시 부산 MBC랑 PSB(현 KNN 부산방송)에 무대뽀로 연락해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 열정이 넘치던 나였다.

그런데 나에게 육아는 너무나 조심스럽고 서툴러서 스스로 쪼그라들어있었다. 애들한테 좋은 엄마가 되는 게 꼭 나를 잃어버려야 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땐 그랬다.

제과제빵수업은 또다시 내 또라이 버튼을 눌러버렸다. 제과기능사,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성에 차지 않았다. 더 많이,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같이 수업 듣던 언니들한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 국. 비. 수. 업!


'국비수업? 그런 게 있다고? 내가 기술을 배우는데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

난 당장 고용지원센터로 찾아갔다. 상담원이 내 정보를 입력해 더니 나 '내일 배움 카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만 34세 이하 청년이라서 자기 부담금 0%로 전액 지원이 된다는 거다.


'아... 내가 청년이었어??'


이미 애가 둘이나 있고 사회생활의 경험이 짧았던 나는 뭔가 새롭게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내가 청년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를 스스로 발목 잡고 포기시켜 왔는지도 모른다.

지원자격이 확인되니까 나를 직업전문상담사에게 보냈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배울 거고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했다.


"앞으로의 계획요?"

"이 지원금은 청년들의 취업활동을 위해 지원해 주는 거지, 취미활동 지원금이 아니에요.
내년에 학교 입학하는 자녀가 있으시던데 취업할 수 있겠어요?"

'아... 그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네.'


난 그때 이미 살짝 돌아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무조건 할게요. 취업! 어떻게든 해볼게요! 저 꼭 일하고 싶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난 진짜 일하고 싶었고 돈 벌고 싶었고 남편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었다.

나의 당찬 대답에 상담사는 지원금 결정을 내려줬다.

그리고 난 꼭 일하겠다는 약속을 결국 지켰다.


............


나는 국비지원결정서를 들고 그 길로 농협으로 달려가서 '내일 배움 카드'를 발급받았다.

[6개월 동안 총액 200만 원 지원,
자기 부담금 0%,
국비 수업 진행 시 교통비와 훈련비 지급.]
(10년 전 이야기라 지금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뭐야? 공짜로 배우는데 돈도 준다고?'

놀라움과 설렘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6개월이라는 시간은 촉박했다. 6개월 뒤면 첫째가 8살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장 국비수업 학원 스케줄을 찾아봤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제과제빵학원은 한 달 뒤부터 새로운 수업을 시작해서 성격 급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가까운 곳은 서울이었는데 자차로 최소 30분 거리에 수업시작 시간은 9시였다.
국비수업은 지각도 안되고 결석도 안된다.
왜냐하면 정해진 횟수를 초과 시 국비지원이 자동취소되기 때문이다. 난 곧바로 서울에 있는 학원에 케이크 디자이너 수업을 등록했다.

아침 일찍 신랑부터 출근시키고 애 둘을 등원 준비해서 각각 유치원,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차를 밟아 학원으로 향했다.

그날부터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그때 운전해서 제과제빵학원으로 달려가던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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