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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이 Jun 04. 2024

가재 키우기 한번 읽어보실래요?

얼마 전 집에서 키우던 애완용 가재가 수명을 다했다.

가재를 용궁에 보내고 헛헛한 마음에 브런치에 아쉬움의 글을 남겼었다.

여러 작가님들께서 위로의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Choi 작가님께서 가재 키우는 글을 연재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주셨다. 그 댓글을 읽으며 머리가 번쩍했다.

'와! 너무 좋은 생각인데?!'


사실 나는 가재를 직접 키웠다기보다는 곁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였다.

어항관리는 주로 남편이 했고 아이들에게 서브 관리자의 역할을 맡겼다. 나는 그저 오가며 물멍이나 때리던 지나가던 과객(?)이었다.

그래도 곁에서 지켜보던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억에 남는 일들과 가재 키우기 팁 등을 남겨볼까 한다. 어쩌면 가재 이야기와 더불어 가족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 겨울...

남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선택한 지도 1년이 되었다.

20대 중반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남편은 20년간 몇몇 회사를 거치긴 했지만 일주일 이상 쉰 적 없이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살면서 가장 긴 시간을 출근도 하지 않고 가족 외사람들을 대면하지 않고 지냈다. 오랜 직장 생활 끝에 남편은 사람을 혐오하게 되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도 겪었다. 마침 퇴사 시기와 코로나가 겹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의 외출은 전에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과 오후에 파이집에 들러 나와 함께 점심을 먹고, 나 대신 파이 배달을 해주는 게 전부였다. 그동안 직장생활이 바빠 가정에 소홀했던 시간을 만회라도 하듯 그는 집안일과 아이들과 나를 챙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던 중 그가 나에게 툭 한마디를 남겼다.


"새우 6마리 시켰다."


부산 남자인 그는 긴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부산 여자인 나도 긴 설명을 묻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식구가 넷인데 새우 6마리를 누구 코에 붙이노.'라고 생각했을 뿐.


퇴사 후 혹여 그가 위축될까 염려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뭔가 하지 말라거나 따지거나 하는 등의 심기를 드리은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뭐든지 그의 뜻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아, 맞나. 잘했네."


며칠 후 배달 온 건 새우가 아닌 가재 6마리였다.

식용 가재가 아니라 애완용 치가재 6마리.


우리 가족 물생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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