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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이 Jun 12. 2024

어서 와! 가재는 처음이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늘상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졸랐었. 하지 맞벌이에 아이 둘을 돌보며 애완동물까지 키우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 그런 우리 집에  난데없이 가재가 살게 됐다.


물론 아이들이 원한 건 강아지나 고양이였겠지만 뜻밖의 손님인 가재도 환영받았다. 치가재는 너무 작고 귀여웠기 때문이다.


새우 아니에요~치가재예요!

언뜻 보면 새끼 새우처럼 보이지만 치가재 작고 소중한 집게가 있다. 그들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쉬지 않고 어항을 돌아다녔다. 통통 튀며 물속을 수영하기도 하고 은신처를 수시로 드나들며 탐험하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스릴을 즐기다가 자기들끼리 집게를 세우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식사시간에 사료를 뿌려주면 제 몸만 한 크기의 가재 사료를 그 작은 집게로 잡아 백스텝을 밟으며 구석에 숨었다. 집게로 먹이를 붙잡고 갉아먹는 모습 신기서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순삭 됐다.


그러나 그런 귀여운 가재들 곧 어려움을 겪었다. 바로 탈피.

가재는 성장하기 위해 탈피를 한다. 딱딱한 겉껍질을 벗어내고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다.

어린 치가재들은 며칠에 한 번씩 탈피를 했다. 겉껍질이 충분히 단단해진 상태에서는 쉽게 옷을 벗었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껍질 제대로 분리하지 못한 채 탈피에 힘만 빼다 죽어버다. 영양이 부족했던 건지 어항 속 조건이 맞지 않았던 건지 원인을 찾지 못한 채 6마리 모두를 잃었다.

우리는 잠시 멘붕이 왔지만 처음 어항을 꾸린 거라 미숙해서 그런 거라서로 다독거리며 다시 가재를 입양했다.


직접 수족관에 방문해서 필요한 용품과 치가재를 구해왔다면 리 알아야 될 정보와 키우는 요령을 배워서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가재를 키울 무렵코로나가 기승을 부려 외출을 꺼려하던 시기라 어항과 관련된 모든 용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렇게 몇 차례 더 치가재 키우기 도전했지만 이상하게 어린 가재들은 오래 살지 못하고 탈피에 계속 실패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울음바다였고 그런 상황이 엄마인 나로서는 영 탐탁찮았다. 남편은 결국 열대어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막상 열대어를 키워보니 가재를 키울 때 같은 재미가 없었다. 테트라와 구피는 충분히 아름다웠으나 가재처럼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치지도, 먹이를 붙잡고 도망 다니지도 않았다. 이미 가재 키우는 재미에 빠져버린 우리는 결국 다시 가재를 키워보기로 했다.


남편은 이번엔 구입처에 전화를 해서 키우는 요령을 세히 물었. 이번에도 실패하면 진짜 파국이라며 진지한 통화를 이어갔지만 대부분은 그동안 우리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직접 겪으며 배운 것과 일치했다.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우리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치가재 키우기에 도전했다.


우리가 키운 가재는 블루 크로우 민물 가재다. 애완용 가재류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키우기 수월한 종류라 초보들에게 추천하는 종류라고 한다.(그런데 왜 그렇게 죽었니...ㅜㅜ)

적정 수온 22도~26도를 유지해주어야 하고 탈출의 위험성이 있어서 반드시 뚜껑이 있는 수조가 필요했다. 가재는 바닥을 기어 다니기 때문에 매끄러운 유리바닥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바닥재를 적당히 깔아줘야 한다. 숨는 것을 좋아하므로 은신처도 필요다.

그리고 어항 내 다른 생명체를 괴롭히기 때문에 단독 사육을 추천받았다.(이미 있는 열대어는 어쩌지???)


처음 마련한 어항


*가재 키우기 전 준비해야 할 목록

어항 - 최소 가로세로높이 30cm 이상으로 뚜껑이 있는 것.(가재 탈출 방지)

여과기 - 어항 물 정화

어항 히터 - 온도 유지를 위해 겨울엔 필수

어항 온도계 - 적정 수온인지 확인해야 함. 종종 고장 나니 싼 걸로 자주 교체하는 게 좋음.

어항용 바닥재

콩돌, 기포기 - 산소 공급

은신처 - 사이즈에 맞게 적당히 숨을 곳 마련해 주면 됨.

수조 핀셋 - 먹이를 주거나 어항 청소할 때 유용.

어항 조명 - 블루 크로우는 조명을 받으면 더 파랗게 빛나보여서 관상용으로 구입 추천.

사이펀 - 어항 물갈이에 필수. 바닥에 있는 가재 똥이나 이물질을 끌어올리는 용도.

가재 사료

물 - 염소를 날아가게 하기 위해 일주일 전에는 미리 받아 놔야 함. 염소제거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린 따로 구입하진 않음.


*사진에 있는 어항이 우리가 처음 마련한 어항이다.

가재가 커질 걸 염두해서 30 큐브 어항을 주문했다. 30 큐브 어항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30cm인 걸 의미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로 45cm... 60cm 어항으로 점점 큰걸 산건 안 비밀이다.(처음부터 큰걸 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항 관리는 개인 취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를 테니 우리가 쓰는 기본적인 준비물만 소개해드렸다. 많은 시행착오 중에 사실 훨씬 많은 도구들과 약품들을 사용했다.


가재 어항 준비물 소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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