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by 로우어

진눈깨비나 날리다 말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눈이 꽤나 날리고 쌓였다. 눈이 쌓일 땐 새하얀 모습이 순수해서 좋은데 사람의 발자국이 이리저리 찍히고 난 뒤의 눈의 모습은 싫어진다. 그저 눈이 가득히 내린 처음의 거리는 근심 없는 맑은 머릿속이라면, 발자국으로 뒤덮여 더럽혀진 거리는 스트레스가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복잡한 내 머릿속 같아서 불쾌하다.

공부가 아직도 자리잡지 않은 고3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다. 궤양성 대장염이 다시 심해진 언니의 안부를 들으니 마음이 무겁다. 언니 때문에 걱정이 늘어나 불교방송을 켜놓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엄마의 근황에 가슴이 시리다. 운전을 다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옭아맨다. 1월이 시작된 지 이제 겨우 12일이 됐건만 갑자기 모든 게 휘몰아치는 것 같다.

출강하는 한 학교는 올해 재계약이 성사될지 불투명하다. 업체의 입찰이 끝나면 어떤 과목이 남을지, 사라질지 학교와 업체의 결정에 달렸다. 파리목숨 같은 강사인생이 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간호조무사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지금이라도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걸까.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고 아직 방황하는 46세.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젊을 때 막연했던 불안함이 이 나이에는 한층 더 뚜렷한 불안함으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는 내 나이와 나 자신. 여전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는 채로 묵묵히 유지하는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에 사주어플을 다시 깔았다.

설득력 없는 말들에 싫증이 나 금세 지웠다


머리가 답답해 책을 본다.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일기#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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