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공연

by 로우어

나는 조용필의 팬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그의 노래는 다 알고 있다. 우리나라 가수 중 딱 한 명, 조용필만을 인정하던 엄마덕에 꽤나 많이 들었다. 우리가 가요, 팝 테이프를 사면, 용돈 받아서 딴짓한다고 그리 짜증을 내면서 본인도 조용필 테이프는 꼭 샀더랬다.

'허공'이 엄마의 18번이었는데, 참으로 희한하게 느끼하지도 않고 엄청난 기교도 없는데 들을수록 좋았다. 어린 내게 그는, 나훈아처럼 대놓고 관중을 사로잡으려는 존재감이나, 전인권처럼 누가 봐도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넘치는 것도 아닌 밋밋한 가수였는데 노래는 늘 좋았다.

데뷔 50주년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무대 구성과, 여전한 그의 음색과 음정, 위대한 탄생의 연주에 매료되었다. 그땐 엄마와 함께였지만, 이번엔 남편과 함께 갔다.

조용필의 추석특집 공연을 보고 있자니 음악프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 공연장을 같이 가고 싶었다.


공연장엔 초등학생을 데려온 조부모도 보였고, 아빠와 함께 온 젊은 딸도 보였다. 누군가는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세대 대통합을 그곳에서 느꼈다.

수많은 히트곡이 휘몰아치고 중간중간 멘트 때는 여전히 팬들을 조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팬들은 여전히 소녀이고 오빠부대의 원조답게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도 반응하는 게 귀여웠다.




친구여를 듣는데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

참으로 담담하게 부르는데 가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예전에 꾸었던 그 부푼 꿈은 이제, 나쁜 일만 생기지 않길 바라는 소박함으로 바뀌었다.

그의 노래에는 전반적으로 고독과 상실이 깔려있는데 가사를 곱씹을수록 슬픔에 마주하게 된다. 못 찾겠다 꾀꼬리나, 고추잠자리는 어릴 땐 신나게만 들렸는데 지금 들으면 그리 슬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추억 속의 재회'인데

지금 들어도 충격적으로 세련됐다. 점점 쌓여가는 감정이 터지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기타 솔로가 압권이다. "기약 없는 이별 뒤에 찾아와 추억의 서러움만 남기네" 한때 좋았던 추억이 서러움으로 남을 만큼 다시 만난 연인에 대한 복잡한 화자의 마음이 잘 드러난 곡이다.


그 연세에 피치가 그대로인 게 대단하다. 끝을 일부러 낮게 부르는 가수들을 수도 없이 봤는데 그런 게 없이 정석으로 노래한다. 빨간 기타를 치며 "나는 그대를 사랑해" 외치는 모습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멋있다.


그래도 돼를 들으며 위로를, 모나리자와 여행을 떠나요를 들으며 에너지를 얻었다.



또 가고 싶은 공연


멋진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이 계속 이어지길









#조용필#가왕#콘서트#친구여#추억속의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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