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게 죄는 아니잖아

나이 들어도 갑자기 대범해지진 않아

by 로우어


나는 매우 소심한 사람인지라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먼저 선뜻 다가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금방금방 친해져서 첫 만남에 언니, 동생 관계가 되는 사람들도 주변엔 많던데 지금껏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아이 친구 엄마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하기까지 알고 지낸 지 일 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부탁을 하는 것도 서툴고 부탁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제삼자가 볼 땐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테다. 식당에서 "저기요" 나 "사장님"을 외치는 일이 심장의 미친 쿵쾅거림 없이 가능하게 된 것도 내 나이 40이 넘어서였다고 생각된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키오스크로 주문이 딱딱되는 오늘날의 주문 방법은 나 같은 소심이에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고객센터에 접수를 할 때면 항상 "죄송합니다만"이 자동으로 입에서 나온다.


나서서 무언가를 이끄는 힘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무심하진 않다. 괜히 나서서 오지랖을 부리는 걸까 봐 타인의 도움 요청이 있기 전까진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마스다미리의 에세이를 몇 권 읽었는데, 나만큼 소심한 사람이 또 있구나 느꼈다. 소심쟁이는 가게에서 점원의 추천에 거절하지 못하고 미심쩍어도 제품을 그냥 산다는 내용,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와도 그냥 받아들인다는 에피소드. 너무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라 영혼의 동반자를 찾은 기분이다.




사람들은 왜 애까지 낳은 아줌마가 낯을 그렇게 가리고 겁이 많냐고 말할 때가 있다. 그것은 개인의 성향인 것을, 태초의 소심함이 출산을 했다고 하루아침에 다 사라지진 않는다. 더디게나마 대범해지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 사회에 섞여 살아가기 위해서 부단히 용기를 끌어다 쓰면서 소심함을 감추는 행동일 뿐이다. 그 용기를 끌어내느라 속에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응축시켜야 한다는 게 참으로 짠내 나는 일이다. 짠내를 폴폴 풍기고 나서 스스로를 토닥이는 과정도 소심쟁이에게는 꼭 필요하다. 내가 나에게 인정받아야 타인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하는 세상에서 소심한 자는 모양새 있게 살아가기가 참으로 힘들다.



그렇지만




괜찮아.

소심한 게 죄는 아니니까









#소심이#마스다미리#성격#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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