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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Dec 16. 2022

함께 울었던 우리가 생각난다

015B '이젠 안녕'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노래방에서 서비스 시간이 다 끝나갈 때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이젠 안녕'의 도돌이표 가사다. 존댓말과 반말이 묘하게 섞여 있어서 노래와 친해진 느낌이 들게 한다. 노래방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도 한다.


1991년에 나온 이 노래를 2004년에 처음으로 가사를 찾으며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생 신분으로 씁쓸한 을 맞았다. 졸업과 동시에 집에서 경제적인 지원이 끊겨서 어디든 취업을 해야만 했다. 카이로프렉틱 체형 교정원, 검정고시 학원, 다단계 책 판매 출판사, 지역농협... 닥치는 대로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늘 취업의 문이 열려있다는 학습지 회사에 제 발로 찾아갔다. 연수원의 일정을 수료하면 지국에 출근해서 근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연수원은 나처럼 들뜬 마음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사람들도 나처럼 취업의 문턱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은 같은 또래들이었다.

 좋은 시설,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의 대화, 남이 차려주는 밥. 지치고 가난한 나를 따뜻하게 대접해주는 그곳이 좋았다.


 마지막 날, 행사를 진행하는 분이 이젠 진짜 작별할 때가 되었다며 '이젠 안녕'의 도돌이표 부분을 부르기 시작했다. 다들 한마음으로 홀린 듯이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가사를 모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몇 번의 반복에 그 자리에서 가사를 외우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든 두 명의 룸메이트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이젠 안녕을 목청껏 불렀다. 우리는 돌아가서 각자의 지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선생님이 되자, 어떻게든 살아남자며 각오를 다지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작별했다.


 행복한 추억을 뒤로하고 현실에서 마주 한 학습지 선생님의 일상은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불면증과 장 트러블을 달고 살았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가르치는 일 말고도 할게 너무 많아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 지경이 되고 보니 독한 사람만 살아남는 곳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8개월의 짧은 선생님 체험을 끝내니 동기들과의 연락도 끝나버렸다. 살아남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젠 안녕'을 들으면 늘 그들이 생각난다. 

같은 간절함으로 서로를 감쌌던 우리.

함께 울며 서로가 잘되기를 염원했던 우리.

이름마저 희미해져 버렸지만 그때 서로가 느꼈던 그 감정은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이젠안녕#노래방#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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