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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Dec 16. 2022

메탈리카가 우습더냐

메탈리카 master of puppets


  유튜브에서 한동안 빠져 보던 영상들이 있었다. '국뽕에 취하는 한국인 떼창 모음' 따위의 제목이 붙는 영상들이 그것인데 볼 때마다 집단 광기에 잡힌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뮤즈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내한 떼창도 좋지만 가장 소름 돋는 공연은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 영상이다. 2006년 내한 실황을 m본부에서 방송했는데 곡 중간에 기타 리프를 관객들이 육성으로 떼창 하는 순간이 정말 압권이었다. 제임스 헷필드가 관객들과 눈빛을 나누며 교감하는 모습은 락밴드 공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겐 감명 깊었다.


 사실 나는 메탈을 좋아하진 않는다. 여백이 있고 감성이 넘치는 모던락, 브릿팝 계열을 좋아한다. 하지만 메탈 밴드에 대한 경외심은 늘 품고 있다.

예전에 락페에서 testament의 공연을 직접 본 적 있는데 기타 속주와, 미친 드럼, 목을 갈아 내는 보컬의 에너지는 공연장을 집어삼킬 것처럼 무시무시했다. 그 빡쎈 음악에 맞춰 헤드뱅잉과 모슁하는 관객들도 장관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2006년 여름이었다. 점심시간에 휴게실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며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8월 15일 광복절에 메탈리카가 잠실에서 공연을 한다는 내한 공연 광고가 나왔다. 훗날 레전드로 기억되는 마스터 오브 퍼펫의 떼창이 실현된 바로 그 공연.  '오! 메탈리카가? 멋있겠다. enter sandman 전주만 직접 들어도 소름일 거야.'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내 기분 좋은 상상을 와장창 깨버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맞은편에 앉은 어느 직원의 "아! 미친 xx들 "이라는 외침이 그것이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인상을 팍쓰며 티브이 속 메탈리카를 혐오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일이 서툰 신입직원 에게도 늘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기에 평소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일을 어떻게 하든 간에, 메탈리카를 꼴랑 다섯 글자의 욕설로 정의 내리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은 코 흘리던 아이였을, 1983년부터 음악을 시작한, 세계적인 밴드에게  따위 발언을 하는 그가 너무나 재수 없게 보이기 시작했다.


메탈의 정체성인 분들한테 뭐라는 거야

저 인간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문외한이면 저럴까.

록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줄 모르는  딱하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처럼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쌍욕 박는 사람과는 필요 이상의 대화할 가치가 없다는 게 훗날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거 되게 무식한 행동이야.

메탈리카가 우습더냐? 진짜!!











#메탈리카#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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