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black parade 앞부분을 모두가 따라 부르던 때가있었다.
그 시절은 내가온갖 페스티벌을 섭렵하겠다고 여기저기 공연을 기웃대던 시절이기도 하다. 쌈싸페는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자스런 페스티벌이었다. 좋은 음향은 아니지만 많은 인디밴드와 유명 밴드 몇 팀을 저렴한 티켓값으로하루 만에 다 볼 수 있는 썩 괜찮은 공연이다.
8번째 쌈싸페에서 바닐라 유니티의내가 널 어떻게 잊어를 처음 들었다.
힘 빠진 나른한 목소리로 '내 눈이 떠질 때 난 기억해~'라는 가사로 시작해서 don't say goodby 가 몇 번 반복되고 분위기가 고조된다. 2분 40초대에 느닷없이 괴성이 확 터질 때 깜짝 놀랐다. 샤우팅과 그로울링이 없다면 감상적인 락발라드정도로 생각했을 텐데갑자기 피아적인 모먼트가 튀어나와서 장르가 달라진다.
내가 널 어떻게 잊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말길 너무나 애절하게 읍소하다가 절대 널 잊지 못할 거라는 마음을 '쌰아아아'한방으로 강하게 표현한다.
단장斷腸이라는 한자가 있다.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으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게 견딜 수 없는 심한 슬픔이나 괴로움
바닐라 유니티의 내가 널 어떻게 잊어를 들으면
'단장'이라는단어가 떠오른다. 단장의 고통을 노래로 만들면 이렇게 표현되지않을까라는생각이들었다.
이별 후 겪는 아픔을 이렇게 처절하게, 아프게, 간단한 가사와 샤우팅으로토해내는 노래는 여태 없었다.
한국식 이모코어, 감성 메탈이라며 한동안 바닐라 유니티의 cd를 반복 재생하던 게 생각난다. 라이브를 너무 잘해서 블로그 공연 후기에 최고의 가창력이라고 써놓기까지했다. 오래간만에 다시 들어도 그때 느낀 소름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