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우어 Dec 18. 2022

        단장의 감성 메탈

              바닐라 유니티  '내가 널 어떻게 잊어'



 이모코어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모키 메이크업에 병약미를 뽐내는 흑화 된 소년 느낌의 밴드들이 사랑받던 시절.

이모코어의 대표주자 마이 케미컬 로맨스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앞부분을  모두가 따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시절은 내가 온갖 페스티벌을 섭렵하겠다고 여기저기 공연을 기웃대던 시절이기도 하다. 쌈싸페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자스런 페스티벌이었다. 좋은 음향은 아니지만 많은 인디밴드와 유명 밴드 몇 팀을 저렴한 티켓값으로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는 썩 괜찮은 공연이다. 

 8번째 쌈싸페에서 바닐라 유니티의 내가 널 어떻게 잊어를 처음 들었다.


 힘 빠진 나른한 목소리로 '내 눈이 떠질 때 난 기억해~'라는 가사로 시작해서 don't say goodby 가 몇 번 반복되고 분위기가 고조된다. 2분 40초대에 느닷없이 괴성이 확 터질 때 깜짝 놀랐다. 샤우팅과 그로울링이 없다면 감상적인 락발라드 정도로 생각했을 텐데 갑자기 피아적인 모먼트가 튀어나와서 장르가 달라진다.


 내가 널 어떻게 잊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말길 너무나 애절하게 읍소하다가 절대 널 잊지 못할 거라는 마음을 '쌰아아아' 한방으로 강하게 표현한다.




 단장  斷腸이라는 한자가 있다.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으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게 견딜 수 없는 심한 슬픔이나 괴로움


 바닐라 유니티의 내가 널 어떻게 잊어를 들으면

'단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단장의 고통을 노래로 만들면 이렇게 표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 후 겪는 아픔을 이렇게 처절하게, 아프게, 간단한 가사와 샤우팅으로 토해내는 노래는 여태 없었다.


 한국식 이모코어, 감성 메탈이라며 한동안 바닐라 유니티의 cd를 반복 재생하던 게 생각난다. 라이브를 너무 잘해서 블로그 공연 후기에 최고의 가창력이라고 써놓기까지 했다. 오래간만에 다시 들어도 그때 느낀 소름은 여전하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이모코어#감성메탈#바닐라유니티#쌈싸페

작가의 이전글 함께 울었던 우리가 생각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