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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Dec 22. 2022

    로또는 아니지만 브런치

                   브런치가 날 들었다 놨다 해


 브런치를 통해 책을 출간하신 어느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은 게 불과 세 달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브런치에 입성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네 번의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글쓰기 요령, 퇴고하는 법 등을 차츰 배워나갔다. 엉망이었던 글쓰기 수준이 한 달 만에 확 성장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가님에게 내 글을 공개하면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즉각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 때 여러분이 계속 글을 쓰시면 좋겠다는 말씀이 나를 자극했다.


  글을 쓰고자 어느 순간부터 내버려 둔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2003년에 만든 이래로 거의 육백여 개의 글을 써놓았었다. 그 정도로 기록하는 걸 좋아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놀랐다. 20세기 내 이야기도 블로그에 써놓은 글에서 많이 찾았다.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에 격렬하게 동의하는 순간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한 번에 합격하기 힘들다는 후기들을 보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블로그 주간 일기 챌린지를 빠지지 않고 꼬박 썼다.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를 썼다. 강연회 후기, 사는 동네 이야기, 육아 에피소드 등.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며 블로그 링크를 첨부하고, 앞으로 연재할 글의 목차를 10개 정도 적었다. 신청버튼을 누르고 마음을 비웠다.


그러다 꿈을 꿨다.

 bts가 길건너편에 서있고, 리더 rm이 많은 인파 중에서 내게 다가와 무언가 적힌 종이를 내밀며 혹시 이게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고, 그날 저녁 로또를 사러 로또전문점으로 향했다. 5천 원이 가져다 줄 엄청난 결과를 기다리는 중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세상에...

한 번에 이게 된다고? 저장해둔 글 3개를 발행하고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다. 재밌다는 반응은 날 들뜨게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라이킷을 눌러주는 것도 신기하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 또는 견문이 부족해서 글감이 다양하지 못하다. 전문적이지도 않다. 하루가 특별하지도 않다. 잘 쓰는 사람이 부럽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독보적인 글을 쓰는 작가들이 부럽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작가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내게 평화를 주기 때문에 계속 쓴다. 글 쓰는 일 자체가 너무나 재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 앱에 글을 쓰고 저장하고 쓰고 저장하고.. 그렇게 달째 브런치에 푹 빠져있다.


로또는 당연히 꽝이었지만 브런치에 입성한 건 다른 행운이다. 엄밀히 말해 운에다가 노력까지 더해진 것이니까 운만으로 얻은 것보다 더 값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재능이 뛰어나진 않지만 그냥 내 글이 좋다. 조금은 심심해도 나만의 이야기를 내 스타일로 쓰는 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자부심이 생긴다. 누군가에겐 제자리걸음으로 비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브런치#글쓰기#일상#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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