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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Dec 23. 2022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예능

       어쩌다 사장


 비슷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너무 지겨워지는 찰나에 등장한 나름 신선한 예능 프로가 있었다.  남녀의 만남, 트로트, 단체 여행, 셀럽 관찰 포맷이 아닌 남의 가게를 책임져야 하는 특이한 설정, 어쩌다 사장이다.


 두 개의 시즌이 방영되었는데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서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특히나 시즌1의 강원도 화천 원천상회는 어릴 때 보았던 동네 점빵을 떠오르게 하며 향수를 자극시켰다.

 인자한 주인분과 작지만 알차게 꾸려진 식료품과 각종 물건들.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이며 나름 새로운 물품을 접할 수 있는 핫플레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 그곳을 갑자기 떠맡아 우왕좌왕하는 차태현과 조인성의 어버버 한 모습이 신선했다. 점점 일이 손에 익어가고 마을 주민들과 동화되는 과정들도 작위적이지 않아서 보기에 편했다. 

 두 사람의 영업 마지막날, 마지막 손님으로 가게를 찾은 주인 마주한 조인성이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을 때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그가 느낀 감정이 내게도 전해졌다. 무사히 가게를 지켜냈다는 안도감과 오랜 시간 가게를 꾸려온 주인의 힘들었을 시간들을 헤아리며 가슴깊이 끌어 오르는 감정이 터져버린 것이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원천상회는 마을의 유일한 가게이자 사람들의 마음까지 든든하게 지켜주는 원천리 주민들의 멘털지킴이 이기도 하다. 일찍 가게를 찾을 손님을 위해 동트기 전부터 문을 열고, 추위에 지쳐있을 동네 어르신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손에 쥐어드리고 안부인사를 나누는 곳. ()이 살아 숨 쉬는 곳.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 메다가 그냥 돌아가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뉴스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정 없는 문화가 현대화를 이유로 도시에 당연하게 자리 잡는 요즘, 원천상회의 정이 더욱 그리워진다.







#어쩌다사장#원천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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