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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Jan 16. 2023

    비교하지 않는 삶

        비교하는 10대, 비교당하는 40대


 거긴 좀 비싼 곳 아니야?


가족 여행을 위해 숙소를 정할 때 가장 먼저 내가 꺼낸 말이다. 나도 모르게 위치나 룸컨디션 부대시설 보다 가격을 첫 번째로 따지게 된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중에도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저렴하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곳을 찾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중2가 아니,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중3 이가 볼멘소리를 냈다.


" 아니 싼 데만 찾을 거면 해외여행 왜 가는데?"


잊었나 본데 제주도는 싫다, 국내는 여행 안 갈 거다 큰소리친 게 중3이 본인이다. 제주도도 좋고 남해나 여수, 강원도 아니면 근처 서울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도 난 상관이 없다. 그러나 중3 아이는 해외를 원한다. 단짝친구가 방학과 동시에 유럽으로 2주 동안 여행을 떠난 게 부러워 죽을 지경인 것이다.


입버릇처럼

 " 누구는 프랑스에서 베르사유 궁전 간다는데, 난 학원이나 가야 되네, 짜증 나 "를 내뱉는 게 듣기 싫으면서도 안타까웠다. 궁여지책으로 아빠와 둘이 프랑스라도 다녀오라고 얘길 했더니 아빠랑 내가 왜 거기까지 가냐며 엄청 성질을 냈다. 그래서 가까운 동남아로 온 가족이 떠날 계획을 세우는 중에 저렴이를 찾는 내게 녀석이 버럭 한 것이다.


 어릴 땐 우리 집 우리 가족만 있어도 든든해하던 아이가 커가면서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를 한다. 친구의 비싼 브랜드 옷, 고가의 스마트 폰, 똑똑한 친구의 두뇌, 친구 부모님의 직업...

그 나이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지만 가끔은 무섭다. 전문직 직업이 있는 친구 엄마들과 비교해서 아이의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일까. 배달비가 아까워 포장해 오는 엄마의 모습이 궁상맞아 보이진 않을까. 마침 떨이 시간이라서 제 가격보다 과일을 싸게 산 게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인 듯 흥분한 엄마가 어이없지 않을까... 어릴 때 엄마를 보며 내가 느낀 기분을 녀석도 느끼겠지.


 자녀에게 비교당하는 게 행복할리 없다. 그래도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도 읽고 캘리그래피도 배우고, 글을 쓰고, 어플로 영어공부를 하고 같이 교양프로그램을 본다.          

맘 내키는 대로 폭주하지 않고 본보기가 되려는 내 나름의 노력을 녀석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비교하는 행동을 내려놓아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3이 그걸 깨달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까. 나는 그 시간들이 겁난다.



 







#비교#10대#자녀#40대#일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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