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벼운 질문에 항상 없는데요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있다. 좋아하는 음식도 누군가에게 미안했던 경험도, 지난 한 주 동안 즐거웠던 경험도... 무엇을 물어도 "없는데요"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8살의 입에서 조금이라도 구체적인 대답을 바란 것이 헛된 일인가 싶어 이젠 큰 기대 없이 물어본다. 당연히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걸 알면서도 개구쟁이 얼굴을 한 그 녀석의 생각을 난 알고 싶다. 글씨 쓰는 것도 서툴고 글도 정말 엄청 대~충 쓰는 사실도 알고 있다. 생각하고 말하고 조금이라도 쓰는 수업인데 세 가지를 다 의욕 없이 하는 아이를 이끄는 게 쉽지 않다. 눈에 생기를 잃었다가 수업 후반부에 내주는 색칠하기나 종이접기, 단어 퀴즈 시간엔 감춰놓은 개구쟁이 본성이 나온다. 누구보다 의욕적이고 재잘재잘 친구들과 꽤나 떠든다. 1학년이기 때문일까. "없는데요" 그 대답이 어이없게 느껴지다가도 귀엽다. 아마 시간이 지나서도 가장 기억날 아이일 것이다.
"없는데요"라고 퉁퉁거리는 개구쟁이.
이번주엔 어떤 질문으로 그 아이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까
#초1#늘봄수업#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