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늘어지기로 했어
면접은 나를 괴물로 만들어
지난주, 내가 사는 곳 인근학교의 돌봄 교실 강사자리에 지원을 했고 면접을 다녀왔다. 면접대기실에 앉은 10명 남짓한 사람들과 대면대면하며 애꿎은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집을 나서기 전에 냉장고 한쪽에 방치되어 있던, 유통기한이 5일이 지난 요플레를 허겁지겁 먹어서인지 배가 부글거리며 울렁증이 또다시 도졌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발악으로 폰에 엉망진창인 메모를 남겼다.
" 이미 다른 학교 수업도 하고 있고, 나만의 편안함으로 어필하자, 난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은 사람이고, 누구보다 f 기질이 있는 사람이다. 독서란 결국 책을 읽고 공감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게 우선시되는 수업이다. 스스로가 그럴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자.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강조하자. 난 쓸모 있는 사람..."
면접관은 예상과는 달리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는 단 하나도 묻지 않았다. 책 선정 이유, 수업 방법만 물어보았고 역할극과 단체 게임을 해보았냐는 추가 질문을 했다. 하... 역할극은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다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 역할극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 " 네, 잘 알겠습니다."
역시나 합격연락은 오지 않았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으나 점점 게으름의 괴물이 되어간다. 먹고 또 먹고 유튜브를 계속 보고, 늘어짐의 끝판왕이 되려 한다. 글쓰기 챌린지를 통해 매일매일 짧은 글쓰기 하는 것 말고는 생산적인 일을 다 내팽개치고 있다.
면접에서 거절당할 때마다 접히고 접히는 자존감을 극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만 같으며,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건가 생각도 든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지난주의 저녁, 어제의 저녁, 오늘의 저녁..
당분간은 조금 늘어지기로 했다.
#면접#자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