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잿빛 하늘에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왔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금방이라도 진눈깨비가 날릴 것 같은 회색 하늘이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왜 슬펐을까.
갑작스러운 감정에 지배되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 많아졌다. 길을 걷는데 무선이어폰 너머로 비가 후드득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서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귀 기울여 봤더니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차도 위로 놔뒹구는 바싹 마른 낙엽들의 소리였다. 서글프다. 우울하다.
내가 싫어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게 피부로, 가슴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불쑥 튀어나오는 우울함을 조금만 즐기고, 또 넣어두려고 노래를 들었다. 요즘 푹 빠져버린 카더가든의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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