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내 차례일까

고통 할당량

by 로우어


저녁을 먹다 통화한 엄마의 목소리에서 분노와 두려움이 느껴졌다. 며칠 전 급체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던 언니의 마비 증상이 알고 보니 공황장애의 일종인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는 것이다. 의사는 위나 소화기 어디에도 문제가 없으니 신경정신과를 가보라고 했다.

갑자기 숨이 막혀와 자동차도 탈 수 없어서 차로 20분이면 갈 거리를 두 시간을 걸어서 이동했단다. 20년 넘게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은 외삼촌은 언니의 증세를 듣자마자 공황장애를 확신하셨다.


언니의 이혼 후 엄마가 언니의 보호자가 되었다.

요 며칠 너무나 불안증세를 안고 있기에 엄마손에 붙들려 병원을 다니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걸 엄마에게 의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화가 난다.


X형부는 이혼 후 언니와 평소 알고 지내며 언니동생 사이이던 여자와 교제를 하고 sns 프로필에도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 사이 언니는 일종의 크론병과 공황장애도 얻었다.


반면 그는 얼굴이 좋아졌고 훨씬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함께 살 땐 게임에 빠져 현질로 자기 월급의 1/3을 써버릴 정도로 경제관념이 없어서 언니를 힘들게 했었는데 지금은 기름기 번들거리는 얼굴로 낯빛이 아주 좋아 보인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속이 안 좋다.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다 있을까



헤어짐 후 누군가는 병을 얻고, 누군가는 술술 잘 풀리는 게 화가 난다. 이젠 행복할 때도 온 것 같은데 또 다른 시련을 겪는 언니가 안타깝고, 곁에서 지켜보며 눈물짓는 엄마를 생각하니 목이 콱 메어온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힘들 것 같아서 아빠에게 가서 지내기로 결심한 조카의 속 깊음에 마음이 아려온다..


당최 행복하게 살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슬픔과 좌절, 아픔의 할당량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 상대적으로 나의 할당량은 아직 채워지진 않은 것 같은데 다음은 내 차례일까.







혼자만의 세상을 꿈꾸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오빠.

오빠의 죽음 후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이루는 엄마.

극심한 스트레스로 갑작스레 공황장애를 앓게 된 언니.

앞으로 다가 올 정신적 고통은 나의 것일까...








#공황장애#보호자#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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