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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파에서 중국 리장으로(4)

드디어 중국 리장에 도착 그리고 샹그릴라

by 김이름 Mar 11. 2025


12일의 여행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파로 그리고 라오까이에서 중국 허커우로 걸어서 국경을 넘고, 쿤밍을 거쳐 리장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고, 상하이에 들러 한국으로 돌아온 일정입니다. 이 여행 루트를 경험해본 이들이 많지 않을 듯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정보 위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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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차는 비즈니스석이 있고, 일등석과 이등석 그리고 입석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쿤밍에서 리장까지는 비즈니스석으로 예매를 했습니다. 비싸니까 예매하는데 여유가 있을 줄 알았더니, 웬걸요. 2주 전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제일 먼저 마감되는 것이 비즈니스석이었습니다. 상황을 보니 비즈니스석은 해당 기차에서 단 6석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예매하려던 시간대 대신 다음 기차를 탔습니다. 오로지, 비즈니스석에 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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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역에 이른 아침 도착을 해서 우리는 비즈니스 라운지로 갔습니다. 간단한 과자 몇 가지와 음료수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일반 대기실보다 훨씬 쾌적했고, 사람도 몇 없어 조용했습니다. 또, 놀라운 건,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직원이 와서 우리를 기차 앞까지 안내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명의 직원이 아닌 2~3명의 직원이 서로 무전을 하며 우리를 빠르게 안내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편하게 비즈니스석에 올라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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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6개의 좌석. 비행기에서만 보던 그 좌석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좌석에 착석하자마자 우리에게 전담해줄 직원이 무슨 차를 마실 거냐고 묻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리장까지 이동했습니다. 과자 박스가 전달되고, 잠시 후에는 도시락도 전달됩니다. 음식의 종류는 총 3가지였고, 중국말로 되어 있어서 가장 맛있는 걸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음식은 딱히 맛있진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직원은 계속해서 차가 더 필요한지 필요한 건 없는지 체크하고 다녔습니다. 6명만 사용하는 화장실이 별도로 있었고, 의자는 완벽하게 눕힐 수 있어서 너무나도 편했습니다. 4시간 30분의 시간이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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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석과 입석이 3만원대였고, 일등석이 6만원대 그리고 비즈니스석이 11만원대였습니다. 2배 정도씩 뛰는 가격이지만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다음에도 다른 곳에서 돈을 아끼는 한이 있더라도 기차는 비즈니스를 타고 싶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비행기도 비즈니스석을 타볼 날이 있겠지요. 그렇게 쌓이는 경험 덕분에 제가 더 부지런하게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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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리장에 도착했습니다. 쿤밍에 비해선 작은 기차역이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제법 커 보입니다. 기차역에 나와 택시를 타고, 고덕지도를 보여줬는데 기사님이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중간에 한 번 쉬더니 다시 지도를 보여달라고 했고, 결국, 리장고성 근처에는 내려줬습니다. 사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내려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도가 틀렸나 싶은 생각에 내렸습니다. 그런데 여행 내내 느낀 건, 고덕지도는 틀리지 않더라고요. 골목길 하나하나 정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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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잘못 내려준 덕분에 우리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 헤매게 되었습니다. 리장고성의 길에 대한 명성은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캐리어가 박살나지 않을까 정말로 조마조마했습니다. 숙소에 연락을 해보려고 해도 당시에는 위챗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물어물어... 땀에 흠뻑 젖은 채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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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닷컴에서 예약한 숙소입니다. 리장에서 5박을 할 예정이라 처음에는 3박+2박을 각각 다른 숙소에서 할까 생각하다가 짐을 옮기는 번거로움 때문에 5박을 내리 한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리뷰가 좋았고,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숙소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2명이지만 편하게 쓰고 싶어서 패밀리룸을 예약했고, 하루에 55,000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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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매우 특이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사진 속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더블침대와 싱글침대가 각각 하나씩 있는데 중간에 화장실이 두 침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서로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지내다 보니 나름 괜찮았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일행과 각자의 시간도 필요한데 이런 구조가 오히려 온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단, 화장실에 문이 없고, 천으로 가려진 점은 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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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젊은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셨고, 바로 위챗으로 친구 추가를 했습니다. 위챗으로 모든 것이 소통되었습니다. 위챗은 번역을 바로 할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 투어를 갈 거냐고 물어서 우리는 생각하고 있던 옥룡설산 투어를 물어봤습니다. 사실, 트립닷컴에서 예약을 할까 하다가 어차피 현지에 가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에 투어 예약을 미리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가이드 투어는 인원 미달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옥룡설산 투어를 예약해주셨습니다. 가격은 650위안. 약 130,000원. 솔직히, 고민이 되었습니다. 당시, 트립닷컴에서는 10만원이 채 안되었거든요. 중간 수수료를 생각하더라도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길 것에 대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예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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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에 머무는 내내 아쉬운 건 딱 하나 있습니다. 특별히 불친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따뜻함이 없다고 할까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일행과 이야기하길 투어 신청할 때까지만 친절했다는 이야기를 웃으며 하기도 했습니다. 일하시는 직원분들도 그렇고 인사를 해도 뭔가 오가는 따뜻함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생긴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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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은 점은 위치가 좋습니다. 투어할 때 바로 앞에서 출발합니다. 야시장도 가깝습니다. 가격대비 시설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청소도 잘 해주십니다. 단, 조식은 없습니다. 그럼 다음에 리장에 가도 같은 숙소에 머물까요? 글쎄요. 다음에는 시설은 더 안 좋아도, 좀 더 따뜻함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머물 생각입니다. 리장 내에는 더 저렴하고, 괜찮은 숙소들이 정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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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엔 숙소 사장님이 맛집도 추천해주셨습니다. 아, 이때도 친절하셨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었고, 실제 인기는 제법 있는 식당 같았습니다. 블로그에 한국분들이 맛있었다는 내용도 나중에 확인했습니다. 사장님이 식당까지 친히 같이 와주셨고, 메뉴를 골라주셨습니다. 이때 잘못한 게 있다면 메뉴 가격을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비로소, 알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중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잘못되었었는지. 제 머릿속 중국의 이미지는 20-30년 전에 머물러있었습니다. 동남아처럼 물가가 매우 저렴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메뉴 하나에 3,000~4,000원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유명관광지라는 사실도 잠시 잊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가장 잘 나가는 메뉴 3가지를 시켜달라고 했다가 일행의 제지를 받아 2개만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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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값이 나가는 메뉴 같긴 했습니다. 소고기와 생선으로 만든 요리 2개. 맥주 한잔과 콜라 한잔. 정확하진 않지만 6만원 정도 나온 거 같습니다. 사실, 나중에 계산할 때 흠칫 놀랐습니다.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표정관리를 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곳에서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리장 내에는 충분히 한국인들도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살짝... 아니면 우리의 메뉴 선택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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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돌고 돌아 리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리장고성은 생각보다 훨씬 화려했습니다. 골목마다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단, 길을 걸을 때 주의해야 합니다. 돌바닥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넘어지면 끝장입니다. 원래 다음날 옥룡설산 투어를 바로 가려고 했는데 케이블카 티켓을 구할 수 없어 떠나기 전날 것으로 예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은 샹그릴라에 가기로 했습니다. 다시 기차 투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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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일등석으로 예매를 했고, 1시간 좀 넘게 걸립니다. 샹그릴라 지역을 크게 돌아볼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기차역에서 송림찬사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기차역 근처에 KFC가 있어서 먼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전 외국에 나와서는 현지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나 일행이 현지 음식 먹는 걸 힘들어 해서 KFC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KFC에서 콜라를 팔지 않았습니다. 콜라 없는 햄버거라니... 상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탄산음료가 다 팔린 상태였나 봅니다. 오로지 음료는 커피만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햄버거와 감자칩만 주문하고 바로 앞에 슈퍼에 가서 콜라를 사왔습니다. 다들, 그렇게 먹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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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먹고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저는 편하게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버스를 타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합니다. 택시로는 얼마 안 걸리는 거리가 버스를 타니 1시간 정도로 늘었습니다. 버스 요금은 2위안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중국은 대중교통 요금이 매우 저렴한 것 같습니다. 버스 타고 가는 내내 주변을 구경하면서 갔습니다. 송림찬사 입구에 도착하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가는 내내 저질 체력 이슈가 발목을 잡습니다. 고산지대라 산소도 부족합니다. 두통이 오는 것 같아서 금세 내려왔습니다. 고산병에 제일 좋은 건, 빨리 내려오는 거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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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였기 때문에 다른 곳은 보지 않고 바로 리장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샹그릴라에 머문 시간은 2~3시간 남짓이었을까요? 사실, 기차를 타고 오가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번에 안 가고 다음에 제대로 계획 세워서 가는 게 나았을 겁니다. 단지, 티베트라는 세 글자 때문에 들렀습니다. 오래전, 인도 여행을 하면서 맥그로드 간즈라는 지역에 10일 정도 머문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티베트 문화를 접했고, 언젠가는 티베트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었습니다. 티베트가 아니었다면 샹그릴라를 이번에는 패스했었을 겁니다. 그런데 패스하기엔 저 세 글자가 내내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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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기차는 일행과 떨어져 앉게 되었습니다. 내 옆자리에는 여성분이 앉으셨고, 그분이 나에게 처음에 닭다리를 권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감사했고, 괜찮다고 거절했습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놀라워하셨습니다. 샹그릴라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한국인이라고 하자 그때부터 번역기로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이어서 감자칩을 권했습니다. 괜찮다고 했습니다. 혼자 먹기 미안했나 봅니다. 본인은 쿤밍에 살고 있고, 요즘 쿤밍에 튤립이 엄청 많이 폈다며 보러 오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쿤밍에서 왔다니 아쉬워합니다. 리장에 가는 내내 소소한 대화들을 이어갔습니다. 맛있는 음료메뉴도 추천해줬습니다. 내 핸드폰의 밧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걸 봤는지 충전하라며 충전기도 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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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인연은 아니지만 여행을 할 때면 찰나의 스친 인연들이 여행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 전 몇몇 사람들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샹그릴라에서 리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났던 친절한 여성분과 우연히 혼자 찾아간 카페에서 한국가요까지 틀어주며 친절함을 베풀어준 직원들 그리고 옥룡설산에서 만난 중국인 가족. 그리고 순간순간 한국인이라고 하면 더 반가워해 주고, 깜짝 놀라던 사람들의 재미있던 표정까지. 어쩌면 그들과의 잠깐의 만남이 그 어떤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보다 더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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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가본 곳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고. 그때마다 제가 한 말은 늘 같았습니다. 어딘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에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새로운 곳을 보고, 경험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여전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겁니다. 언어가 되지 않는 덕분에 깊은 이야기는 못 합니다. 그런데 무심코 던진 인사말에서조차도 마음이 따뜻해질 때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땡큐. 헬로우. 니하오. 쎄쎄. 이런 간단한 말에서조차도 우리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담긴 의미와 그 사람의 표정으로부터요. 그게 제겐 진짜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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