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TIME
인터뷰이 황성한(@seanian3) 가족
*인터뷰이 가족은 D(황성한), M(이성원), K(황우성, 황승희)로 표기했습니다.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D) 평일에는 연구원, 주말에는 아빠로 살아가는 황성한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일상을 블로그에 남기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내 이성원은 영어 육아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기르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열세 살 우성이, 끼 많은 아홉 살 승희까지 넷이서 살고 있어요.
주말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D) 평일에는 업무로 바쁘다 보니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하며 소소한 재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근래에는 산책을 하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과학 실험, 독서, 곤충 기르기 등 다양해요. 토요일 아침에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로 아이들과 브런치를 만들곤 해요.
아이들과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D) 주방은 위험한 도구가 많아서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펜스로 막아두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던 중 우성이가 네다섯 살이 되면서 펜스 위로 올라와 주방을 살피더라고요. 그때 제가 우성이라면 어땠을지 상상해봤어요. 만지지 못하게 하면 아이가 더 궁금해하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주방에서 같이 놀아봐야겠다고 가볍게 생각했죠. 플라스틱 칼로 말랑한 채소를 써는 일부터 아이와 해봤어요. 어떤 채소인지, 어떤 색인지 차근차근 알려주면서요. 소근육이 발달한 상태가 아니라 칼질하는 게 불안하긴 했죠. 그래도 방법을 가르쳐주니 실력이 조금씩 늘더라고요. 지난 9년간 피자, 빵, 볶음밥, 불고기, 명태전 등 꽤 다채롭게 만들었네요.
아이의 속도에 맞게 기다리는 태도가 중요하겠네요.
(D)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성과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급하게 일을 처리하기도 하잖아요. 아이와 요리할 때는 그런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해요. 처음엔 저도 짜증 났죠. 바닥이 물로 흥건하고 뒷정리할 건 산더미거든요. 그 고비만 딱 넘어가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사실 넘을 산이 하나 더 있긴 한데···.(웃음)
어떤 산을 넘어야 할까요?
(M) 아이들이 서로 요리하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거든요. 당시 생후 28개월이었던 승희는 오빠의 행동을 다 따라 하고 싶은 거예요. 아이들이 동시에 하겠다고 떼를 써서 애를 많이 먹었죠. 둘이 싸우다가 하나 울고, 달래다가 기분이 좀 풀어지면 다시 만들고 이런 과정을 반복했어요. 여전히 다투긴 하지만 양보할 줄도 알고, 역할을 분담하다 보니 죽이 척척 맞을 때도 있죠.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텐데요.
(K) 고난도 요리인 통닭구이요! 오븐에 기름칠까지 하고 통닭을 구웠는데 속까지 익지 않아 잘라서 다시 구워 먹었어요. 빵도 구워본 적이 있었는데 딱딱한 비스킷이 된 적도 있어요.
(M) 망하면 어때요. 다음에는 다른 거 만들어보면 되는 거예요. 부담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으니 아이들이 흥미를 느낀 게 아닐까요. 아빠가 꼭 훌륭한 셰프가 될 필요는 없어요. 남편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수단으로 요리를 택한 거죠.
요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D)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적은 뒤 요리를 해요. 저는 곁에서 지켜보다가 위험한 조리를 할 때 도와주고요. 어찌 보면 요리하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도전이잖아요. 재료 손질부터 조리, 플레이팅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니까요. 이런 시도를 통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되죠.
요리할 때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나요?
(D) 우성이가 말하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요. '프라이드치킨은 누가 만들었어요?', '피망과 파프리카, 고추는 뭐가 달라요?' 처음에는 난감했는데,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 풀어 설명하다 보면 주제와 관련된 대화가 꼬리 물듯 이어져요. 제가 역으로 질문하기도 하고요. 고추가 국내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언제부터 김치에 고추를 넣기 시작했는지 대화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죠. 역사나 과학을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은 그저 호기심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인 거예요.
이제는 아이들이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겠네요.
(M) 아이들이 아빠랑 여러 활동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어요. 무엇이든 같이 하려는 모습이 가장 보기 좋죠. 심지어 퇴근한 남편이 쓰레기를 버리러 홀로 나갔다며 아이들이 얼마나 서글퍼했는지 몰라요(웃음). 겨울에도 패딩을 껴입은 채 셋이서 우르르 나간다니까요.
일상에서 아이와 교감할 때 부모님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D) 매번 지키기는 어렵지만 늘 되새기는 세 가지 태도가 있어요. 첫째,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기. 제가 원하는 방식과 속도대로 아이와 요리했다면 오히려 제가 지쳤을 거예요. 아이가 걸음마를 뗀다고 생각해 주세요. 둘째, 우리 아이가 뭐든 잘할 거라는 기대는 잠시 내려놓기.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모든 시도를 격려해주세요. 거침없이 시도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비결은 여기서 비롯돼요. 셋째, 아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기. 아이들은 비닐봉지, 택배 박스뿐 아니라 뚫어뻥까지 장난감으로 여기더라고요. 그야말로 ‘이렇게 놀아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없는 거죠.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한다면 얼마든지 아이들과 재밌게 놀 수 있어요.
목욕이 즐거워지는 시간, 케피 만나러 가기
글 I 박지은
사진 I 황성한·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