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트너? 와이프?

어떤 역할을 더 잘 해내야할까?

by 이다코치

나는 옆으로 걸어도 너는 똑바로걸어.

- 어느 엄마게의 한 마디 -


남편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사소한 행동, 몸짓, 태도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반응한다기 보다는 지극히 내 기준으로 그를 판단해 교정해주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괜찮지만 남들에게는 좋게보이지 않을 수 있는 행동, 말 등을 좀 더 그럴싸하게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마다 마뜩잖은 마음은 고스란히 얼굴 표정에 드러나고 말투에 묻어나면서 분위기는 점점 냉랭해진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조절이 쉽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여하는 일이 거의 없다. 쓸데없는 조언도 거의 하지 않을 뿐더러 평가나 판단을 많이 하지도 않는 편이다. 물론 좋고 싫음이 분명하기는 하다. (적어놓고 보니 어불설성인가 싶기도 하다.)


여하간 남편과 나는 오늘도 분위기 냉랭한 오전을 보냈다.

직원들에게 지시할 일을 미리미리 알려주지 않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않아 한 마디 한 것이 문제였다.

"직장인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을 때가 내가 할 일을 예측할 수 없을 때라고 하더라."

누가 들어도 '당신이 직원들이 자기 일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라는 말임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돌아서는데 남편의 옅지만 깊은 한숨이 목덜미에 와 박힌다.


누구보다 이쁘게 봐주고 믿어줘야 하는 관계인데 자꾸 지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온전히 보듬어주고 힘을 주는 와이프의 역할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업무적인 시너지만을 내는 파트너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 모두 배우자 역할과 업무 파트너 역할,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남편의 노선은 나름 확실하다. 업무 혹은 사업 파트너보다는 남편의 역할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문제는 나다. 두 가지 노릇을 모두 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때가 있다. 남편에게 과하게 내가 바라는 업무 방식 또는 스타일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가 하는 방식도 아닌 '이런 모습이었으면...'하는 걸 말할 때가 더 많다.


나는 좀 부족해도 당신은 부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욕심인 것이다. 이 욕심이 어느 역할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것이다. 이런 욕심은 집 안보다는 회사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집안 일이야 미뤄도 큰 일이 안나고 좀 못해도 별 일이 생기지 않지만 회사 일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남편도 가끔은 나에게 바꿔줬으면 하는 걸 얘기한다. 문제는 빈도수로 따지면 나는 남편의 10배쯤 그 횟수가 많다는 것이다. 일만 같이 하는 사이였다면 저런 말을 했을까? 절대 그럴리가 없다. 어쩌면 와이프이자 업무 파트너라는 이유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불현듯 선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사이도 독립된 인격체간의 관계인데 선 자체가 모호하다보니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노력해야한다. 앞으로 일주일간은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꼭 지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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