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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환 Apr 24. 2024

얼굴 없는 중개자들

원자재 시장인 석유부터 밀까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서 곡물 가격의 덤핑과 펌핑으로 제3세계 아기들의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 시장 속 원자재가 어떤 구조로 흘러가는지 궁금해서 읽어봤다.


 저자들은 영국의 파이낸셜, 미국의 블룸버그 기자로 활동했으며, 원자재 시장의 어두움과 흥미로움을 세상에 알리고자 집필했다. 한때는 어둠의 그림자들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사실을 폭로하려는 기자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경고하는데 책 쓰지 않길 바랍니다' - 세계 최대 석유 중개 업체 Vitol의 CEO


2021년 들어서 비상장기업인 어둠의 그림자들이 IPO를 진행하며,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몇몇 기업은 드디어 인터뷰에 응했고, 이제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등장 배경 (OPEC과 원자재 중개 업자의 탄생)



원자재 불균형을 초래한 중동 나라들의 석유 국유화와 글로벌 무역이 시작된 시점에 맞춰 탄생했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원자재 수출경기, 중국의 급부상 속 원자재 수요 현상, 제3세계(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곡식과 석유 중계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웠다. 중립국인 스위스에 본사가 있다.



중개 vs 중계 모델을 먼저 알아보자.





중개 모델은 부동산 중개인이 수수료를 취하는 과정과 같다. A와 C가 이어질 수 있도록 중재하는 중개 모델이다. 중개 건이 많을수록 수수료가 많으나, 한계가 명확하다. A와 C 한 번의 계약만 이루어진다.



반면, 중계 모델은 (1) A와 B,  (2) B와 C라는 두 번의 계약이 이루어진다.


미생 드라마에서 원인터네셔녈 종합상사로 보면, 오 차장이 해당되는 곳은 B다.


A와 B의 계약을 선하증권인 OBL(Original Bill of lading)이라고 부르며, B와 C의 계약을 스위칭 BL이라 한다. A의 물량을 B가 따냈으므로 열쇠는 B가 쥐고 있다. 따라서 B와 C의 계약은 통상적으로 각종 로비와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C는 원자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높은 가격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한다.



A와 C가 계약하면 되지 않느냐?


1. A의 유통망 한계로 볼 수 있다.


 유통망을 구축하려면, 로비력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종 부담 비용(보관)에 신경 쓸 것들이 많다.


2. A와 C 사이가 더러운 경우(이념, 전쟁, 민족 등)가 많다.


소련과 중국인 공산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국가에도 원자재를 수출하고 싶다. 석유가 많은 중동 국가들은 사이가 안 좋은 나라에도 팔고 싶다.


A는 원자재 수출을 원할 때마다 B에게 "너네가 C랑 친하니까 대신 팔아줘~"


C는 원자재 수입을 원할 때마다 B에게 "너네가 A 물건 좀 받아서 줄래?"


그러므로 B는 모두(A, C)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그리고 나라 간 이벤트가 터질 때는 매우 황홀하다. 전쟁, 무역전쟁, 금수조치, 석유 감산, 기아 현상 등이 발생하면, B는 혜성처럼 등장하여, 각종 수출입 문제를 해결하고 어마어마한 차익을 거둔다.



B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 : 정보력+로비+친화력+대담함


로비하는 방법 / 정보망 자랑 중





중계 모델로 배 불린 다음, 유통구조까지 손을 뻗친다.


B는 A에게 말한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너네 물량 틈틈이 사줄게"


A는 원자재를 항시 사주는 B가 있으니, 중계만 했던 과거 B보다 더욱 소중하다.


이렇게, B가 사들인 물량은 세계 점유율 속에서 조금씩 늘어난다. 그리고 선박업체와 계약하거나 배를 사들이고, 원유를 싣는다. 마지막으로 바다에 닻을 내리고 그대로 짱 박아 버린다.


B는 세계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때까지 또는 나라 간 이벤트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린다. 물량을 확보하면 가격 덤핑과 펌핑을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때 트럼프의 말말말(초유의 사태)  / 가장 큰 3곳의 중계 기업






글로벌 경제 위기는 항상 기회였다.


[이익 구조] 전쟁, 금수조치, OEPC 감산, 기아 현상 등에서 부자가 된다.




[자막뉴스] "한국 핵무장, 전 세계 소프트파워 파괴" 강력한 경고 / YTN (youtube.com)


 이해를 돕는 극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핵 개발을 하기 위해 미국과 등졌다. 유튜브 영상과 같이 미국은 각종 경제제재를 가한다.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진다. 이때 중계업체인 검은 그림자들은 우리나라 정부에 손을 내민다.


"우리 석유 많아. 조금 비싼데 살래?" 제조업 위주인 우리나라는 결국 사들일 수밖에 없다.

(가격의 불공정 거래가 이루어진다.) 중계업자는 큰돈을 번다.


세계에서 이런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발생했고, 그들은 항상 이점을 노렸다. 원자재 트레이딩 방법도 간단하다. 글로벌 경제가 탄탄할 때는 틈틈이 사들이고, 가격 바닥에서는 대량 매수한다.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1등 산유국으로 자리 잡자, 한동안 유가가 똥값이 됐다. 중계업자들은 대량 매수로 물량을 크게 확보한다. 그리고 중동에서 감산 또는 전쟁이 일어나면, 유가가 올라가므로 대량 매도하여 차익을 거둔다. 중개업자들은 세계 석유 공급량의 25%를 쥐고 있다. 세계 곡물 7가지는 공급량의 50%를 차지한다. (세계의 절반이 왜 배고픈지 알겠다. 이 나쁜 놈들아) 전기차의 필수 원자재인 코발트는 세계 공급량의 33%를 차지한다.


사람을 일부러 배고프게 만들고 곡물로 차익실현하는 나쁜 놈들



[이익 확대] 곡물, 유가 결정 방식의 변화(선물과 옵션 시장의 탄생)


과거 물물교환과 현물시장에서 놀던 그들은 선물 시장으로 이익을 확대했다. 현물에서 가격을 고정시키면, 선물에서 차익을 내기 수월하다.


과거 물물교환과 현물시장에서 바뀐 선물시장과 옵션


[출구 전략] 서서히 음지에서 나오는 그들 (비상장 기업에서 IPO 진행)


사우디 빈 살만이 석유 국가에서 벗어나려 하는 이유와 같이, 사업을 접어야 될 시기도 알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석유 국들은 다른 산업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원자재가 돈과 권력을 갖기 위한 최고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2029년이 마지막이라는 그들 / 애플의 순이익을 앞지르는 그들






현대 경제의 톱니바퀴를 차지한 그들을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비공식 세계 부자 100위 안에 14명이 속하며, 애플의 1년 순수익을 넘어설 때도 많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민간 중개업자가 필요하다


 각 나라의 정치인들은 경제위기로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중계업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러시아, 아프리카 군벌들, 북한, 중동 국가는 원자재 수출입을 이들에게 의존한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제조업의 나라다. 최악의 상황으로 석유 또는 반도체 원자재 금수조치가 생긴다면, 그들이 내미는 손이 달콤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도덕적이고, 어둠에서 일하는 자식들과 손잡지 않으려면, 외교전선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아닌 소수 민간 기업이 원자재를 중계하고 유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미 이들에게 놀아날 수밖에 없는 점유율이지만, 불투명한 시장에서 비도덕적인 행위로 떼돈을 버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좀 충격적인데?...


 '브라질에 비가 오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책도 커피 원두인 원자재 중개업과 관련 깊다고 하는데, 어떤 점이 다른지 추가로 읽어볼 예정이다.



전쟁으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자, 성과급 파티한 원자재 중개업자들 / 2024년 3월


어둠의 그림자들은 "우리를 악으로 보지만 말아줘"라고 말한다.


우리가 없다면, "주유소에 기름이 없고, 빵을 만들 때 밀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직원들에 10억 보너스 돌렸다…'돈방석' 앉은 원자재 중개 업체들 -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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