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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환 Apr 26. 2024

애프터 스티브 잡스

(사후 10년간 애플의 변화 / 제2화)


입지의 변화 / 혁명 vs 사용 서비스


 잡스가 하늘로 떠난 뒤, 아이브는 애플워치, 잡스와 함께 꿈꾸던 애플 대학, 자율주행 애플 카라는 신제품 출시에 초점을 둔다.


 반면, CEO인 팀 쿡은 사용 서비스(애플 뮤직, 애플 북스, 애플 페이), 트럼프에 맞서는 관세, 중국 시장으로 확대 등에 중점을 둔다.



애플의 정체성을 바꾸다 /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팀 쿡


쿡은 애플워치 관련 임원진 회의도 참석하지 않았다. 애플 역사상 처음으로 CEO 없는 신제품 회의가 시작되었다. 쿡은 당시 애플 뮤직에 신경 쓰고 있었다.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쿡과 혁명을 중요시하는 아이브가 대립하자, 회사 내 혼란이 생겼다.


개발진들은 긴가민가하며 애플 워치를 개발한다. 이 때 아이브의 심정은 '가장 정확한 시계를 만들려던 노력이 이끌던 순간, 그의 시간은 점점 불규칙해졌다'고 한다.







드디어 세상에 아이폰 6, 6S를 알리는 날이 왔다.


2시간에 걸친 쿡의 발표는 잡스 없이도 그들이 해낼 수 있음을 많은 사람 앞에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팀 쿡은 말다. "한 가지 더"


팀쿡의 화려한 대관식 / 애플을 떠나는 아이브


 그러자, 눈부신 카메라 셔터와 함께 관객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생전에 잡스가 사용하던 발표 방식으로 혁명을 보여주기 전에 쓰던 말버릇이기 때문이다.


강당이 조용해지고 홀 안은 다시 어두워졌다. 우주에서 지구의 모습을 줌 아웃하는 카메라와 함께 화면이 살아났다. 스크린을 꽉 채운 애플워치 바디 이미지와 함께 쿡은 시계를 찬 손목을 머리위로 자신 있게 들어 올렸다. 9천 명의 환호소리가 조용했던 강당을 강하게 메웠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팔을 벌려 아이브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대성공이었다.


프레젠테이션 다시 시작하자, 스포트라이트는 단상 위로 향하는 쿡을 비췄고, 아이브는 어둠 속에서 쓸쓸히 자리를 떠나 문밖으로 나갔다.






화려한 대관식과 쓸쓸한 퇴장


 잡스 시절 순 매출의 2배를 이뤄냈다. 그리고 쿡의 애플 뮤직도 성공한 듯했다. 3개월 무료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애플 뮤직은 스포티파이의 구독자 수를 빼앗으며, 6개월 만에 천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남자라는 동물은 자신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목숨까지 바치는 이상한 동물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쿡에게만 향하자 아이브는 잡스 떠올리며 사무치게 그리웠다. 생전 잡스의 결정은 아이브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과거에 그는 조직 내 입지가 탄탄했고, 자신을 따르던 임원과 직원이 많았다.


쿡이 화려한 대관식으로 세상에 인정받자, 임원진과 경영진은 쿡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 뒤로 혁명을 중요시하던 아이브는 작은 입지 속에서도 애플 대학과 애플 카를 선보이려 애쓰지만, 물거품이 된다. 테슬라에 밀려 2019년도까지 애플 카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회사를 떠기로 한다.


팀 쿡은 아이브가 없는 애플을 걱정했으나, 남은 사람들이 자력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그를 보내준다.






각자의 길을 걷는 두사람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걱정과 달리, 아이브와 팀 쿡은 잡스 사후 10년 동안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물과 기름은 섞이기 어려웠다.


삼국지에서도 이엄은 제갈량과 통치 문제로 싸우다가, 유선(촉왕)에게 관직에서 물러나라는 통보받는다. 이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매우 기쁘게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아이브도 마찬가지였다.


개인 비서는 점심도 거르고 잠을 자는 아이브에게 말한다.


"조니, 일어나세요. 점심 드세요. 다음 미팅은 한 시간 뒤에 있어요."


창문을 통해 가느다란 노란색 선 모양으로 빛이 들어오자 눈을 비비며 말한다.


"방 안에 들어오는 빛이 정말 아름답네요" 애플에서 20년간 일했던 과거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비서도 그런 아이브를 보며 "정말 아름답네요"라고 답한다.


아이브는 잡스와 약속한 캠퍼스를 완성해야 할 책임, 애플 카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났다. 평온한 마음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재밌었던 에피소드 3가지



핵전쟁을 일으킨 삼성의 마케팅


 삼성 스마트폰이 치고 올라온 계기는 마케팅 덕분이라고 한다. 아이폰을 사기 위해 스토어 앞에 서있는 고객들에게 피자를 돌리곤 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스토어에 있는 애플 간판 앞에 삼성 간판을 놓으라고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애플이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기 한 달 전에 미리 신제품을 발표하는 전략을 세우며 점유율을 빼앗다. 애플 임원진들은 삼성이 앰부시 마케팅이라는 공격 마케팅을 시작하자, "이거 핵전쟁 아닌가요?"라며 쿡에게 물었다.


 쿡은 삼성이 치고 올라오자 늘 긴장했으며, 캘리포니아 북부 법원에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고소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삼성은 재판에서 승리하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애플 주가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자택에 몰려와 밤새도록 그를 협박했다고 한다. "최소 배당금이라도 내놔!"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자국 내 공장 건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애플을 공격했다.  "애플은 중국 내 값싼 노동력으로 이득 보는 기업입니다. 그러므로 관세를 부과해야 됩니다." 그러자 팀 쿡은 트럼프를 종종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제조공정이 모두 중국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리 창출을 위해 자국 내 3곳에서 공장 건설하겠다 하자, 트럼프는 애플 제품을 관세 항목에서 삭제했다.



게이임을 밝힌 팀 쿡


 팀 쿡은 에세이를 발간하여,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이에 임원진과 투자자들은 브랜드 손상이 올까 매우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애플은 문화, 계층, 인종, 성을 떠나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상품'이라며, 여론을 잠재웠다.






잡스의 유언을 받아들인, 팀 쿡(CEO)과 조너선 아이브(CDO)가 애플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세히 알게되었다. 저자는 마치 그들 옆에서 같이 먹고, 자고, 싼 것처럼 자세하게 묘사했다.




애플은 언제까지 유통기한이 없는 사과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팀 쿡의 경영방식은 잡스, 아이브와 매우 다르다.


애플의 창조적인 영혼은 이제 기계 같은 쿡에 밀려 빛을 잃고 있다는 평도 많다. 그는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애플의 모습을 보길 원했다."


자사 제품의 영광보다는 타사 제품의 영광을 누리는 모델


아이폰 업데이트보다는 아이폰 사용자가 시청한 영화에 대해 구독료를 지불하는 식


디지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모든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식


애플이 잡지 기사를 읽는 화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잡지에 대한 '접근권'을 파는 식






 나도 애플을 안전자산으로 바라보며 적금하듯이 투자했다. 그러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상류층 투자자들은 우주관광(일론 머스크)과 같이 비현실적인 혁명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까지는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여 성공적 매출을 이끌고 있지만, 웹 및 검색엔진에서 독점하고 있는 구글(전 세계 검색엔진 점유율91%)과 마소를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기반 점유율을 넘어서지 못하면, 팀쿡이 바라보는 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초기에 성공을 거둔 애플 뮤직도 결국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을 넘지 못해 고전하는 것처럼. 또 로봇과 AI, 자율주행 트렌드에서 새로운 혁명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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