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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BTI를 모르는 ENTP May 03. 2021

"아기별 뚜안은 세상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싶었어요"

"아가, 은은해도 나쁘지 않단다"

검은 밤이 아름다운 우주에

아기별 뚜안이 엄마별과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날따라 아기별 뚜안의 얼굴은 시무룩했어요.

또래 꼬마별들과 함께 신나게 놀고온 저녁이었죠.


"아가, 무슨 일 있니."


엄마별은 걱정스러워 아기별 뚜안을 가까이 들여다봤어요.

풀죽어 입을 삐죽 내밀기만 하던 아기별 뚜안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죠.


"엄마, 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요."


엄마별은 깜짝 놀랐어요.

단 한번도, 그런 말을 한 적 없던 아기별 뚜안이었으니까요.


"아가, 갑자기 왜 그러니?"

"꼬마별들이 자꾸 놀려요, 제가 너무 작고 힘이 없어서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할 거래요."


아기별 뚜안의 어깨가 축 처졌어요.

엄마별의 따뜻한 손이 등을 두드려도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 있긴 해."


엄마별은 무겁게 입을 열었어요.


"그게 뭔데요?"

"네가 할 수 있는 한 아주 힘차고 빠르게 몸을 흔들면, 빛이 더 밝아질거야. 하지만."


아기별 뚜안은 말끝을 흐린 엄마별을 바라봤어요.


"네가 지칠 땐 바로 그만둬도 돼."


**


아기별 뚜안의 몸에선

눈부실 만큼 휘황찬란한 빛이 났어요.

"진짜 최고의 별이야."

누구는 부러워했고, 누구는 시기하기도 했죠.

그만큼 가장 빛이 나는 별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기대했던 만큼 기쁘지 않았거든요.

엄마별이 해준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채 몸을 흔드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꼬마별들과 공 차며 놀지도 못했어요. 그 시간에도 빛을 내야했으니까요.

몸에선 열이 나고 숨이 찼어요.

이 빛을 계속 내려면 어쩔 수 없었죠.


아기별 뚜안을 우러러보거나 신기하게 보던 꼬마별들의 반응도 서서히 식어갔어요.

오히려 조금 빛이 옅어지면, 그걸 두고

'역시 최고는 아니었네' '조금 있으면 빛을 잃을 거'라며 수군거리기만 했죠.


"아가, 지치면 그만둬도 돼."


힘에 부친 아기별 뚜안은 점점 느려졌어요.

빛이 깜빡깜빡 흩어져가기 시작했요.

눈물이 나는데도, 어찌할 수는 없었어요.

이미, 너무나 많은 힘을 써버려 가쁜 숨만 몰아쉴 수밖에 없었거든요.


"엄마, 나는 왜 최고가 될 수 없는 별로 태어났을까요?"


아기별 뚜안은 저도 모르게 엄마별을 원망했어요.

아차, 싶었지만 이미 흘러나온 말을 주워담을 순 없었어요.

혹시라도 엄마별이 슬퍼할까, 그 얼굴을 조심히 살피기만 했죠.

다행히, 엄마별은 옅은 미소를 지었어요.


"뚜안아. 어떤 별이 아름다운 걸까."


'아름다운 별'이라.

아기별 뚜안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어요.


"제일 밝은 빛을 내는 별이 아름답지 않을까요?"

  

그러자 엄마별이 답했어요.


"아냐. 어떤 사람들은 은은한 별이 더 아름답다고도 하는 걸."


엄마별의 따뜻한 손이 아기별 뚜안의 머리에 닿았어요.

포근한 향기에 마음이 놓이고 호흡도 편안해졌어요.

아무 것 하지 않아도 조바심 나지 않은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어요.

아기별 뚜안은 엄마별의 다음 얘기를 가만히 기다렸어요.


"별들은 저마다 다른 빛을 가지고 있어. 은은한 빛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게 그 별의 색이기 때문이야."

"최고로 빛나지 않아도요?"

"너무 밝은 빛엔 사람들은 눈을 감아버린단다. 눈이 부시면 아예 보이지 않게 되는 거지."


엄마별은 아기별 뚜안의 이마를 쓸어줬어요.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이 걷히며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스쳤어요.


"이 바람 소리를 가만히 들어봐. 친구들과 뛰노는 시간을 온전히 즐겨도 돼."

"그러다 꼬마별들에게 뒤쳐지면 어쩌죠?"

"힘들면 쉬어도 돼.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괜찮아."


엄마별은 걱정 가득한 아기별 뚜안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쥐었어요.


"네가 너라서 행복할 때 가장 아름다운 빛이 나는 거니까."


-2021년 5월 어느 늦은 밤.

은은하게 빛나길 바라는 우리 딸에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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