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고 있는가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원래 비문학 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라도 읽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재미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자고로 책이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 주는 간접 경험으로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면도 있다. (그냥 재미가 없어서 안 읽는 게 크긴 하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들어간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었다. 사실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으려 들어간 모임에서 이런 책을 안 읽으면 언제 읽어 보나 싶어 시작한 책이었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제목처럼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성경에도 나와있듯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다는데, 난 애인에게 그러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는 답변이 나왔으니 생각하게 되었겠지. 애인이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내는 내가 과연 내 삶은 제대로 사랑하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니 읽기 쉬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분명히, 유익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충분한 귀감을 주었고, 내 삶의 사랑을 찾기 위한 용기를 주었다. 그런데도 1점을 깎은 4점을 준 건, 그래서 자기애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 마지막 부분에 기본 소득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사회가 사랑을 되찾으려면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걸 기본 소득이라는 결론에서 찾아내려 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별로 삶을 사랑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진 않았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나 자신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긴 내 궁금증을 다 해소시켜 주지 못했달까. 더군다나 내가 간절히 찾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이라 더 실망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회의 사랑을 되찾는 방법이 기본 소득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 이 책에 더욱 공감되지 않았을 수도.
우리는, 아니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그 답을 아직 찾지는 못했다. 확실히 그렇다고, 또는 아니라고 말을 못 하겠다. 세상에는 다양한 폭력이 존재하고,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차별과 혐오 가운데 놓여 있는 우리는 과연 삶을 사랑할 수 있긴 한 걸까,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이, 나와 이웃을 동시에 사랑하라고 하는 부처님의 말씀이 와닿지 않는 요즘, 우리의 삶의 주도권은 대체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의 목적지, 도착점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고, 난 그 질문이 결코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했듯 결국 이러한 질문들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되며, 인생은 이러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평소였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책이지만, 모임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다시 읽을 거냐고 물어본다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