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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Aug 13. 2024

책 '모순' 리뷰

세상은 모순투성이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유명한 소설이라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하기도 했고, 읽었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 하나같이 다들 추천하는 분위기이길래 나에게도 좋은 책이기를 바랐다. 동시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사람들이 양귀자라는 작가를 칭송하는 걸까, 싶었다.


초반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야말로 실망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같은 말을 굳이 어렵게 풀어쓴다는 느낌과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당시에 쓴 감상평을 보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두 사람 중에 고민 중이라는데 둘 중 누굴 선택해서 될 일인가 싶고. 이게 왜 유명한 소설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적었더라고. 내 머리가 책장을 넘기기를 거부하고 있었지만 우습게도 하나 자각한 건 별로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 내용이 궁금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냥 이 사람이 이 내용을 가지고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지가 궁금했다. 그게 다음 내용이 궁금한 건가? 잘은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왓챠피디아에 나온 한 리뷰어의 말을 빌리자면, 필사하고 싶은 내용 한가득이었다고 하던데 그 말에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북마크를 안 할 수 없었다. 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서 소설을 시작했으나, 모순을 얽힌 이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는 작가의 노트에 적힌 말처럼, 주리의 말이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주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야속할 때가 있다. 평생을 고민 없이 살아온 주리(물론 나의 추측이지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주리보다는 안진진의 삶에 조금 더 가까운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뼈저리게 와닿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참 진(眞)을 두 번 썼지만 안 씨라는 성 때문에 참되지 못한 삶을 살아 왔(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다는 안진진의 말을 읽고 있자면 내 삶이 겹쳐 보인다. 난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었다. 작명소에서 보윤이라는 이름을 지으면 잘 될 거라고 했다던데,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엄마는 딸 이름이 보윤이라는 걸 참을 수가 없어 다른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지금도 난 생각한다. 내 이름이 지금 이름이 아니라 보윤이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안진진이 나영규를 선택한 것처럼, 나도 내 행복보다는 내 안정을 위해 살아가게 될까. 이 모든 게 이름 따라가는 걸까. 정말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나는 처음부터 나영규가 아닌 김장우를 응원했다. 처음 만나게 된 순간부터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왔고, 개인적으로 나영규 같은 인생 계획표가 짜져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나 주인공은 나영규를 선택했다. 난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주인공이 충동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모처럼 살고 싶었던 진진과 어울리는 남자는 아무래도 김장우가 아니라 나영규였을 테니. '심심한 이모부'와 같은 사람과 살게 되더라도 나름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선택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쓰러웠다. 안진진이 평생을 걸쳐 꿈꿔왔던 삶, 그 삶의 목표를 이뤘을지에 대해선 지금도 의문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모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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