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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May 05. 2020

운전 다이어트 1

'운전을 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라고들 합니다.

'운전을 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렇다. 나도 운전을 시작하고 체중감소라는 변화된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출처: pixabay

27살에 일명 5일 완성 속성 코스라고 하는 버스를 타고 가야만 나오는 시골 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면허 준비를 했다. 내가 시험 보던 시기의 기능 주행은 깜빡이, 급브레이크만 다룰 줄 알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문제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도로주행이었다. 깜빡이를 켜지 않아서 1차 탈락, 신호를 보지 않아서 2차 탈락까지 하고 나서 왜 이렇게 안 되는 것이냐며 서러워서 눈물까지 났다. 오기밖에 안 남은 3차도 떨어질 뻔하였으나 감독관님의 넓은(?) 아량으로 가까스로 통과했더랬다. 장롱면허의 운명을 가진 내 운전면허증은 그렇게 장롱에 3년 정도를 편히 쉬었다.

그 기간 동안 도로에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보며 위시리스트에 사고 싶은 차를 올리고 내리 고만을 반복했다. 그 마음에 차도 없으면서 도로연수를 받았다. 도로연수를 받으면 강사분이랑 교육 외에도 이런저런 수다를 떨게 되는데 차를 사야할 지, 산다면 어떤 차를 사야할 지 내 고민을 말씀드렸다. 내 고민을 들으신 강사분의 한 마디가 미적거리는 내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남들 하는 것 하면서 살아요.'

출처: pixabay

그 말 듣고 나니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서 자린고비로 돈을 모으고 있던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사나'라는 생각에 급 중고차를 알아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이미 차를 사는 데 마음이 기울었고 그 마음을 확정 지어줄 누군가를 찾았던 것 같다. 내 소득 수준에서는 중고차 경차가 딱이었다. 주변 사람의 조언을 얻어 중고차 거래 사이트, 주행거리, 연식 등을 따져 적절한 차를 선택하여 드디어 내 나이 30살에 첫 차가 생겼다. 난 이제 내 삶의 달라질 일만 남을 줄 알았다. 스트레스성 위염과 장트러블이 올 지는 모르는 채 말이다.


2017년

넌 한 해가 시작되면 위시리스트를 적는 연례행사(?)를 해. 한 번 그렇게 적은 위시리스트를 선언처럼 벽에 붙여놓고 꽤 달성된 목표가 많은 것을 경험한 후부터 생긴 행사야. 거기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항목이 있어. 네 집과 차에 대한 계획이지.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이런 걸 보면 너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중의 한 명이구나라고 느껴. 부모님의 보호 아래서 벗어날 시기가 되면 아직 넌 준비도 안됐는데 어른이 되라고 떠밀리는 느낌이 들 거야. 이제 올곧이 너 혼자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여러 생각을 갖게 만들어. 예전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 없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어. 어른이 되니 미래에 대한 걱정에 적금이라는 것도 들고 보험도 알아보게 되지. 그중에서 자동차도 빠질 수 없을 거야.

사람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 감정, 욕구가 먼저고 이성으로 그 감정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 같아. 100원, 200원에도 벌벌 떨었던 네가 자동차 사는 데 몇 백이 드는 돈은 또 과감 없이 썼잖아. 결국 네가 하고 싶은 지, 원하는 지의 문제였던 거야. '차 없어도 쏘*, 그린*로 필요할 때만 사용하면 돼'라며 자조할 땐 언제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부족한 월급을 쪼개 저축한 통장을 들고 중고차 시장으로 찾아 가. 이런 데는 여자 혼자 오면 호구된다는 말에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중고차 딜러에게 괜한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 그렇게 네 인생의 첫 차가 생겨. 가족 중에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묘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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